-비건, 방한 계기 판문점 등지 北 접촉 여부 눈길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하노이 결렬 이후 멈춰 섰던 북미대화 프로세스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친서를 주고받으며 작년 한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동해온 ‘톱다운’ 해법의 재시동을 걸었다.
 |
| 북한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다. [헤럴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
북한 관영매체들은 23일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고 하시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고 밝혀 김 위원장이 친서에 만족을 표하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음을 시사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배경에 걸린 자신의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 내용과 사진을 함께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김 위원장이 6ㆍ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전후해 보낸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데 이어 지난 17일에도 언론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들며 ‘어제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 소식과 함께 김 위원장이 친서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이 향후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 간 진행되는 친서교환이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기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평가한 것도 공교로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시점도 미묘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해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이자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미중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 그리고 한미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정상외교를 앞둔 시기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듣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해법 마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3일 ‘세계에 과시된 조중(북중) 영도자들의 동지적 신뢰’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은 조미대화를 통해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가 해결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의 방북이 “미 대통령에게 3차 조미(북미)수뇌회담 개최와 관련한 용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공세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미 간 정상 차원의 톱다운 소통이 재가동된 가운데 관심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 여부와 시점에 모아진다. 이전까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식 접근을 통해 북미간 대화와 협상을 이끌어왔지만 하노이 결렬로 한계도 드러낸 상황이다. 하노이 교훈에 따른다면 3차 북미정상회담 담판에 앞서 실무협상에서 촘촘한 합의 도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이번주 먼저 한국을 찾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동선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가 방한기간 판문점 등에서 북한 측과 접촉을 갖는다면 북미협상은 다시 본궤도에 올라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