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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권 관문공항 어디로 ①] ‘16년째 논란’의 김해신공항…불붙은 ‘제로베이스 검토론’
-현재 김해공항 시설, 입지 한계 뚜렷 ‘대안’ 필요
-세계 항공시장 흐름도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 제기
-김해공항 포화상태 감안 신공항은 ‘원점검토’ 부각


김해공항 모습. [부산시청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최정호ㆍ이원율 기자] #. 2018년 6월 28일, 여행의 부푼 꿈을 안고 김해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은 당황했다. 출입국 관리시스템에 장애가 발생, 비행기들이 잇따라 지연된 것이다. 심지어 이날 낮에는 호우까지 내리며 중국 국적 항공기 2편은 아예 김해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비행기를 이용해 중국, 또 해외로 나가려던 수백명의 관광객들은 발길이 묶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김해공항의 새로운 변신이 요구되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시외버스 정류장이야, 국제공항이야?=포화상태에 이른 김해공항은 이미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를 낳고 있다. 지난해 김해공항에서만 모두 6929개의 항공편이 지연 출발했다. 10~30분 정도의 지연 출발은 애교(?)로 넘긴다해도, 1시간 이상 공항에서 발 묶인 비행편만 따진 숫자다. 심지어 결항 건수도 1254건에 달했다. 전체 운항 비행기 10만8392개 중 6.4%가 지연됐고 1.2%는 결항한 셈이다.

이처럼 김해공항은 이미 수요를 감당못할 정도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김해공항에선 2017년 기준 시간당 평일 18편, 주말 26편이 이착륙한다. 활주로의 용량 대비 비행편수를 뜻하는 슬롯 사용률은 89.6%에 달한다. 심지어 항공사들이 선호하는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주중 슬롯 포화율은 98.3%에 이른다. 중간중간 시도때도 없이 뜨고 내리는 군용기까지 감안하면 김해공항 비행기들은 명절연휴 고속버스처럼 줄줄이 이착륙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활주로 포화는 이착륙 전쟁으로 이어진다. 새벽 6시 전후로 동남아 각지에서 김해로 몰려드는 수십편의 비행기가 서로 먼저 착륙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친다. 착륙 순번이 뒤로 배정될 경우 공항 근처에서 몇십분을 선회하며 뱅뱅 도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비행기를 기다리고 타는 터미널도 마찬가지다. 김해공항 국제선은 지난해 1단계 확장공사로 연간 수용 능력을 430만명에서 630만명으로 늘렸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인원은 920만명으로 적정 수용 규모를 46% 초과했다. 새벽같은 황금 시간대에는 짐을 찾는데만 1시간이 넘곤 한다. 한국공항공사가 시설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지난 겨울부터 수화물을 찾는 시간을 평균 15분가량 줄였다지만, 늘어나는 이용객과 항공편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김해공항 모습. [부산시청 홈페이지]

▶김해공항 입지도 문제, 확장이 능사 아니다
=공항이 위치한 김해의 입지조건 자체도 문제다. 부산시 관계자는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봉우리를 다 깎아야 한다”며 “또 기본적으로 (소음 문제 등으로)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고, 활주로도 3.2㎞에 불과해 A380 같은 최신 대형 여객기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렇다보니 정부가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 역시 한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활주로를 추가로 건설하려면 낙동강 지류인 평강천을 매립해야 하는데, 이 경우 낙동강 수로 자체가 바뀌면서 환경과 소음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영남 지역사회에서 현 김해공항의 확장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은 바로 ‘안전’이다. 김해공항 주변을 둘러싼 산들 때문에 이착륙시 비행기들은 급선회를 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날씨까지 좋지 않을 경우 위험은 배가된다. 심지어 김해공항 인근엔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을 골자로 하는 에코델타시티 같은 신도시들도 연이어 들어설 예정이다. 활주로를 한두개 더 만든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2002년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는 공항입지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레다. 당시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국국제항공 소속 보잉767기는 해발 380m의 인근 돗대산 정상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승무원 12명 포함 탑승객 129명이 사망했다. 바람이 남쪽에서 강하게 부는 날에는 비행기가 북쪽으로 돌아 들어와야 하는데, 이 자리에 돗대산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부산발전시민재단과 포커스 컴퍼니가 국내외 조종사 3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해공항에 대해 72.7%가 ‘위험하다’고 했다. ‘보통’이나 ‘양호하다’는 답은 각각 17.3%와 10.0%에 불과했다.

김해공항 인근 낙동강 하구가 철새 도래지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현 김해공항은 비행기 이착륙 경로와 철새 이동 경로가 겹쳐지면서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 흐름 ‘허브’에서 ‘P2P’로 바뀐다=초대형 허브공항 전쟁에서 각 지역과 지역을 바로 연결하는 P2P로 세계 항공 시장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도 동남권 신공항 신설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에어버스는 올해 한번에 5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울 수 있는 A380의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200여명을 태우고 아시아를 넘어 중동,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중형 여객기들은 몇년 치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항공기 시장의 변화다. 대형기로 많은 승객을 인천공항 같은 허브 공항으로 수송한 뒤 인근 지방 공항으로 다시 보내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가 지고, 환승 없이 공항 간 공항으로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가 대세가 됐다. 이른바 지방 관문공항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해공항 역시 이같은 세계적 흐름에 동참 중이다. 올해 김해공항에 새로 추가됐거나 증설이 확정된 노선은 ‘부산~울란바토르’, ‘부산~헬싱키’, ‘부산~옌지’, ‘부산~장자제’, ‘부산~싱가포르’ 등 주당 수십편에 달한다. 이미 운항 중인 12개국 41개 도시 주당 1306편에 더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잇는 글로벌공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수요를 감안하면 더 늘리고 싶지만, 활주로와 터미널 시설을 감안해 항공사들의 요청 수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것이 이 정도다.

이 사이 울며겨자먹기로 서울과 인천으로 향하는 승객들도 적지 않다. 영남지역에 주거 중인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말 기준 연간 5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인천공항까지 가기 위해 쓴 교통비만 3325억원, 여기에 시간비용까지 더하면 7183억원을 비행기 타기도 전에 길에 쏟아부은 셈이다.

부산지역 관계자는 “손바닥만 한 땅에 국제공항이 인천공항 하나만 있으면 되지 부산이나 동남권에 왜 필요하냐는 말을 많이 한다”며 “그러나 이는 항공물류시대에 결코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국토균형발전과 상생,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 편익을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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