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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2019년에 보는 2015년 이야기
“국회는 청와대의 출장소가 아니다”, “野, 대통령 발언 성토…“국회 힐난 그만둬야””

박근혜 정부 3년차였던 지난 2015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논평과 야당의 목소리를 담은 국회발 기사의 제목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그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든 2019년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데자뷔랄까.

2015년 12월 당시 제1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은 국회 힐난 그만두고 국민의 애원에 귀 기울여야”라는 브리핑을 발표했다.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이 통과시켜달라고 애원하는 법안은 수년 동안 묶어놓고 있다”며 각종 개혁 입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음을 한탄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국회는 청와대의 출장소가 아니다”는 말은 여당과 청와대가 직권상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바로 나온 민주당의 논평 제목이었다. 4년이 지났지만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지금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야당의 논평으로 재활용해도 될 만큼 훌륭하다는 비아냥이 야당에서 흘러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갈등유발자, 대통령에게 국회는 명령의 대상일 뿐인가”, “도를 넘은 대통령의 야당 심판론은 매우 유감” 등도 대통령 이름만 바꿔 야당의 논평으로 다시 써도 손색없는 제목의 글이라는 것이다.

눈을 돌려 경제 분야를 봐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데자뷔성 제목의 논평을 볼 수 있다. “가계부채의 뇌관이 된 부동산정책의 실패, 전면 재검토만이 답”,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 민생은 ‘나몰라라’”, “대통령은 경제 실정이 국회 때문이라는 말인가”, “민생은 도탄에 빠뜨리고 장기 집권의 헛꿈만 꾸는 것인가”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제목의 논평들은 클릭 몇 번만으로 지금도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2016년 야당인 민주당의 논평이지만, 2019년 한국당이 내용만 조금 바꿔 그대로 써도 무난해 보인다.

또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이는 2015년 11월에 발표된 민주당의 논평이다. ‘특정 지역에 특정 코드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의 인사 고질병’이라며 당시 검찰총장 인사를 꼬집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김정은 위원장의 ‘뒤통수’ 미사일 발사 등으로 고난의 연속인 외교와 관련된 당시 민주당의 논평들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자화자찬만큼 새로운 내용이나 성과가 없다”는 당시 나온 한미정상회담 대북 규탄 합의문에 대한 비판 논평이다. “사드배치 논의, 숨김없이 공개해야”라는 제목의 유은혜 당시 대변인의 논평 역시 현 시점에서 음미할 만 하다.

2015년의 논평이 4년이 지난 2019년에도 부활하고, 심지어 이름 몇 개만 바꾸면 지금 쓴 글들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정치권이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또 여당과 야당은 교체됐지만 국정 현안이나 소통 형태는 변한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당시 민주당이 비판했던 여당과 대통령은 이듬해 총선에서 대패했다. 여론조사 상 지지율은 지금 집권 여당과 대통령처럼 높았지만 개표함 속 투표용지는 여론조사를 비웃었다. 당시 민주당 논평들을 웃어넘길 옛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사람은 다 안다. 

최정호 정치섹션 국회팀장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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