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통해 국내 유입 ‘우려’…방역당국 비상
지난 30일 북한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병한 이후 베트남 등 주변 국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한 돼지 사육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AP]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가축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최근 3년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해외 47개국에서 발생했다. 특히 2018년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채 1년도 안 돼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등 주변 나라로 확산됐다. 역시 중국과 육지로 이어진 북한에서도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멧돼지를 통한 국내 유입이 우려되면서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북한 접경 지역의 방역상황을 재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지난 30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실을 OIE에 공식 보고했다. 지난 23일 중국 접경 지역인 북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신고됐고,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농장 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북한 당국은 이동 제한, 봉쇄 지역ㆍ보호 지역 예찰, 사체ㆍ부산물ㆍ폐기물 처리, 살처분, 소독 등의 방역 조치를 취했다고 OIE는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예방 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이르며 바이러스 생존력이 매우 높은 가축 질병이다. 백신도 없다. 다행히 다른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체에는 무해하다. 과거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베트남 등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도로 확산, 현지 사육 돼지의 5%가량인 15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서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육지를 이용해 국내로 들어와 우리나라 돼지 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도 지난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돼지에게 남은 음식물을 주는 행위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면 금지해야 한다”며 “음식물류 폐기물 돼지 급여를 일부는 허용하고 일부는 금지하는 조치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절대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음식물류 폐기물 돼지 급여 전면 금지로 정책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위험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기홍 한돈협회 환경대책위원장은 “이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중국 다음으로 북한과 우리나라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했다”고 했다.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우려와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말 ㎏당 5800원 선이던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의 수입 냉동 삼겹살 시세(도매가)는 이달 말 현재 ㎏당 6400원까지 올랐다. 불과 한 달 만에 시세가 10% 이상 뛰었다.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이재욱 차관 주재로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또 접경 지역에 대한 현재까지 방역 상황을 재점검하고 차단 방역에 필요한 조처에 들어갔다. 이어 오후에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통일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기도, 강원도 등 관계기관 긴급 회의를 개최해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 총리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에 철저하게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리는 “농식품부 장관은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해 북한 접경 지역의 방역 상황을 긴급히 재점검하고, 차단 방역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며 “통일부와 협조하여 북한과 방역 협력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다음 달 1일 멧돼지 등을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우려가 있는 임진강ㆍ한강 하구 지역을 방문, 접경 지역 방역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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