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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인(all in)..이재명의 적벽대전
-가족ㆍ아내ㆍ자신의 몸ㆍ정치적 운명 모두 건 승부수
-전투 22번ㆍ증인 55명 ‘완전무죄 ’ 판결


이재명 경기지사.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 영화 ‘적벽대전’(赤壁大戰)을 보면 위, 촉, 오 3국이 대립하던 서기 208년 중국에서 천하통일을 위해 중국대륙을 피로 물들여가던 ‘위’의 조조(장풍의)는 뛰어난 통치력과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륙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조조에게 쫓겨 퇴각에 퇴각을 거듭하던 ‘촉’의 유비군은 최후의 보루인 ‘신야성’마저 함락당하고, 손권(장첸)이 통치하는 ‘오’나라 인근 강남지역으로 피난을 떠난다. 하지만 조조에게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뭉친 유비군은 남은 병력으로 필사의 항쟁을 다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오’와의 연합세력 결성이 필수적이었다. 전쟁을 기피하는 손권과의 결탁 또한 어려운 일이었다. 유비군의 책사인 제갈량(금성무)은 홀로 ‘오’나라로 향했다. 제갈량과 주유, 그들이 만든 기적적인 연합세력. ‘촉’나라의 정벌로 사실상 천하통일을 이룬 조조는 마지막으로 ‘오’나라 에게 항복을 강요한다. 유비의 책사 제갈량은 ‘오’에 당도해 손권과의 동맹을 제안하지만 손권은 조조의 대군 때문에 망설인다. 제갈량은 손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오’나라 제일의 명장 주유(양조위)를 먼저 찾아간다. 무기도 격한 언쟁도 없지만 제갈량과 주유의 팽팽한 심리대결은 긴장감을 더하고, 주유는 기예(技藝) 대결을 통해 제갈량과의 연합을 결심해 자신의 주군 손권을 설득한다.

10만 vs 100만, 천지를 뒤흔든 세기의 전쟁이 영화 적벽대전의 스토리다. 유-손 연합군 결성에 분노한 조조는 100만 대군을 이끌고 ‘오’를 향해 최후의 출격을 한다. 10만 연합군은 양쯔강 지역 험준한 ‘적벽’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맞을 준비를 한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을 이끄는 주유와 제갈량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그들은 놀라운 지략과 병법으로 서서히 조조의 100만 대군을 압도했다.

대선후보 경선때 이재명 후보 지원세력은 싱크탱크가 아니다. ‘이재명과 십만대군’이라는 SNS 손가락 혁명군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경선 세력규모를 100만 vs 10만으로 봤다. 이 지사 십만대군은 묘하게도 적벽대전의 10만대군과 오버랩(overlap)된다.

민주당쪽 친문 진영에서 볼 때 이재명 경기지사는 컨트롤이 안 되는 인사로 단연 꼽힌다. 그는 독보적인 ‘마이웨이’정치 스타일이다.

이재명 1심 완전무죄 판결이후 민주당 국회의원 100명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 총 101명이 ‘이 지사 구하기’에 나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 경기도의원 125명과 도내 시장 군수 27명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지사는 이들 한명 한명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감사인사를 했다. 민주당 의원에 친문 인사가 대부분일것으로 예상돼 놀랍다는 반응도 나온다. 혜경궁 김씨 사건 수사이 한창인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특혜 채용의혹을 수사 먼저하라고 ‘올인’ 했던 장본인이 바로 이재명 지사였기 때문이다. 올인은 포커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한판에 전부 거는 ‘생과 사’ 갈림길의 승부수다. 이 지사는 아주대병원에서 ‘특정신체 부위’에 큰 점이 없다는 것도 증명해야했다. 모욕감과 치욕을 감수하고 신체검증을 결정했다.

이 지사에 걸린 네가지 혐의는 1심에서 모두 무죄로 선고됐다. 기억을 되살리면 이 지사 아내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을 운영했다는 의혹,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들도 모두 기소되지 못한채 무혐의 처분됐다. 이 지사는 22번의 공판에 참석했고 총 55명의 증인이 법정에 세워졌다.

가족까지 모두 건 ‘적벽대전’에서 이 지사는 살아남았다. 사실 이겼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민주당 내에서 이 지사는 대표적인 비문(非文)계 인사다. 아직 2ㆍ3심이 남아있지만 이 지사의 이번 ‘적벽대전’ 승리로 비문계 의원들의 보폭도 늘어날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총선은 내년으로 코앞에 다가왔고, 곧 공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잠룡으로 떠오르는 이들의 무대는 ‘민주당 링’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무총리나 광역단체장은 여의도 정치와 떨어져있다. ‘킹이냐 킹메이커’를 놓고 그들만의 또다른 적벽대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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