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현판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인보사 파동과 관련,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 고발했지만,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석연찮은 허가 과정을 노출한 식약처의 직무유기 혹은 직권남용 여부, 코오롱측의 로비 여부, 환자와 주주들의 메머드급 소송, 미국 임상과정에서 투약한 환자들의 국제 소송 여부로 번지는 양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물론 한국측 파트너겸 모(母)회사급 계열사 코오롱생명과학, 나아가 대주주인 이웅렬 회장에 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회사 존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식약처 인보사 허가과정의 의혹= 인보사 허가과정에서 식약처의 자문 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약 두 달여 만에 ‘불허’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의혹이 제기돼왔다.
중앙약심은 2017년 4월 1차 회의에서는 “인보사가 연골재생(구조개선) 효과는 없는데 신약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가 두 달 뒤인 6월 2차 회의에서는 허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 달 뒤인 2017년 7월 인보사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다. 1차회의때 참석자가 2차회의때 여럿 불참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식약처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유전자치료제로서는 첫 허가”라며 “2014년부터 바이오 업체의 개발을 지원해 온 ‘마중물사업’을 통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 상담을 받아 개발과정 중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식약처가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의 성과를 내고자 허가에 속도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정상적이지 않은 모종의 변수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28일 “전 세계 의약품 허가관리 시스템이 대부분 서류 검토에 의존하고 있다”면서도 “개발단계에 대한 검증이라든지 검토가 조금 미비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 직원 징계나 책임 범위 등은) 저희도 자체 점검을 해야겠지만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원금 환수, 로비의혹= ‘인보사 저격수’로 통하는 윤소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은 식약처 책임론과 로비 여부 등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왜 이런 대국민 사기가 발생되었는지 신약을 허가했던 당사자인 식약처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이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만 잘못을 저지른 것 인양 모든 책임을 지운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식약처를 겨냥한 뒤, “이번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의 확인이며 과학적 검증일 뿐 사건의 진실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닌 만큼, 식약처의 조사 결과를 기초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검찰은 인보사의 개발과 허가과정을 진두지휘 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웅렬회장을 비롯한 대표진들을 모두 수사대상에 포함시키고 전면적 수사를 펼쳐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신약 연구, 허가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정부 부처에 전방위적 로비가 있었는지의 여부도 밝혀야 한다”면서 “또한 이 과정에서 정부의 공무원이 직무를 남용, 유기하거나 방임했는지의 여부 등도 확인해야하며 그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석연찮은 허가과정 배후에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이다.
윤 의원은 “정부는 우선 인보사 개발에 들어간 국고를 환수해야한다. 인보사 개발을 담당한 코오롱 측 연구진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R&D사업 등 명목으로 2005년 이후 총 126억원(최근 3년간 67억5000만원 포함)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그간 임상보고서, 연구보고서가 모두 허위임이 확인된 만큼 정부 지원금 전액을 환수해야하며 연구진에 대한 법적 책임도 검토해 고발조치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내소송, 국제소송= 형사법상 유무죄를 가리는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코오롱측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환자와 주주들의 피해배상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만약 한국의 몇 배나 되는 미국 임상과정에서 인보사케이주를 투약받은 환자들이 국제 소송을 걸 경우 소송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
가장 먼저 행보를 보인 쪽은 주주들이다. ‘인보사 사태’로 주가가 폭락해 대규모 손실을 본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6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28일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의 주주 142명은 지난 27일 코오롱티슈진 및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 9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냈다.
현행 자본시장법(제125조)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 사항의 허위 기재 또는 미기재가 있어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본 경우 그 손해에 대해 증권신고서 신고인 등의 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일단 65억원 규모이지만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식약처 허가 관련 자료가 허위라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힌 뒤 식약처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도 촉구했다. 감사원이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심의과정 특혜의혹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뚜렷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환자단체들은 손해배상 소송의 시기와 방법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