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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터가 된 여성의 몸]‘#유노미’…낙태, 美 대선이슈로
여배우 필립스 낙태 고백이 발단
SNS통해 ‘YouKnowMe’운동 확산

500여곳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
3년전 여론조사 “투표 영향” 71%



“여성에 대한 전쟁(War on Women)”.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에서 공화당이 우세한 보수 성향 주들이 제정한 ‘낙태금지법’을 이같이 표현했다.

낙태 금지에 반대하고 여성의 선택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여성 시위가 벌어졌던 1989년, 여성미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당신(여성)의 몸은 전쟁터’(Your body is a battleground)라고 씌인 강렬한 홍보 포스터를 내놓은지 30년 후다. 미국에서 다시 낙태가 첨예한 정치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특히 이달 15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가 성폭행,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사실상 전면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미 사회와 정가를 관통하는 뜨거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여성 유권자 및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적 공분에 야권 대선 주자들도 합류하면서 낙태에 대한 입장은 2020년 미 대선의 표심을 가르는 중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미투(Me Too) 운동을 방불케 하는 ‘유노미(YouKnowMe·당신은 나를 알고 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YouKnowM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낙태 경험을 공유하는 이 운동은 미국 여배우 비지 필립스(39)가 낙태를 고백하면서 시작됐다.

필립스는 앨라배마주 낙태금지법이 서명되기 일주일 전 자신이 진행하는 쇼 ‘비지 투나잇’에서 15세 때 낙태를 경험했다고 밝히면서 여성의 생식 권리 보호를 주장했다.

그는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45세 이전에 낙태를 경험한다’는 미국공중보건협회의 통계를 인용하며 “어쩌면 당신은 저쪽에 앉아 ‘나는 낙태할 여자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신은 나를 알고 있다(you know me)”고 말했다.

필립스의 발언 이후 수천 명의 여성들은 SNS 상에서 #YouKnowMe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앨라배마주 낙태금지법 제정 후 필립스는 “여성은 개인의 건강 선택에 대해 동정과 이해를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낙태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삶에서 겪는 문제다. 다른 건강 관리 결정과 마찬가지로 건강 관리 결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 전역 500여 곳에서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낙태권리행동동맹, 미국시민자유연맹 등은 21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앞, 앨라배마·조지아주 등지에서 여성의 낙태권 옹호를 외쳤다.

낙태 문제는 2020년 미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코리 부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낙태금지법이 “여성의 인권 침해”라며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잠룡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앨라배마·조지아·미주리주의 낙태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한 여성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낙태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면서 앨라배마주 법과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낙태금지법이 2020년 대선 이슈로 부상하면서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역대 대선을 보면 낙태 문제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4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낙태 이슈가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란 질문에 “투표를 좌우하는 결정적 이슈”란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2012년 9월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같은 응답을 한 유권자가 17%로 늘었다. 2016년 5월엔 “낙태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가 자신과 일치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0%에 달했으며 51%는 “투표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라고 답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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