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과 군사교류 정상화 논의
중국과는 사드 배치 문제로, 일본과는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우리 군 당국이 두 나라 국방당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선다.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대화에서는 한중,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추진된다. 한중 군사 당국 간 공식 협의체가 재가동되기 시작했고, 한일 양측은 초계기 갈등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 이후의 조치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사드 갈등 여파 속에 사실상 두절 상태였던 한중 국방부 간 핫라인(직통전화) 회선을 정상 가동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양국의 최고위급 국방 당국자를 연결하는 이 핫라인은 지난 2015년 12월 31일 개통됐지만, 사드 국면을 거치면서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 그동안은 핫라인 정상 가동을 위한 점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지만, 최근부터 전화하면 바로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간 공식 대화 채널도 하나둘 복원되는 분위기다. 한중 양국은 지난해 5월 2년 4개월만에 서울에서 제16차 국방정책 실무회의를 열고 실무급 채널을 정상화했다.
지난 1월에는 한국 해군 순양훈련전단 소속 충무공이순신함(4400t급)이 사드 갈등 이후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 우쑹의 인민해방군 해군항 부두에 입항했고, 지난달에는 해군 2함대 소속 신형호위함 경기함(2500t급)이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국제관함식에 참가했다.
한중 국방당국은 또 이달말부터 다음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외교안보회의 ‘샹그릴라대화’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장관) 간의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우리 군 함정 상공을 위협비행하면서 심화된 이른바 ‘초계기 갈등’으로 급랭했던 한일 군사교류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계기로 이뤄진 한일 양자접촉에서는 양국 간 군사교류 복원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 참석자들은 초계기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대화’와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역시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한국과 원래 관계로 되돌아가고 싶다며 관계 회복에 의욕을 보였다. 일본 방위상은 북한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미국, 일본, 한국이 팀을 꾸리지 않는다면 국가의 안전을 지켜갈 수가 없다”며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부당국 역시 샹그릴라대화를 계기로 정경두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 간의 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한일 간의 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재개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0월 제주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함이 끝내 불참함으로써 갈등을 빚었고, 올해 초 일본 해상자위대함이 우리 군 함정 상공을 저고도 위협 비행함에 따라 갈등이 증폭된 바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