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개 코미디' 위기를 진단하다
-개그콘서트 1000회 맞아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KBS 2TV ‘개그콘서트’가 오는 19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다. 제작자와 출연진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콘’ 20년의 역사를 돌아봤다. 개그콘서트 최장수 코너는 3년 11개월간 방송된 ‘달인‘이며, 최대 출연 코미디언 1위는 797회나 출연한 김준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축과 덕담의 시간을 가졌다. ‘개콘’의 창단멤버인 전유성은 “200회를 할때 500회까지 하겠습니다 라는 말들을 했는데, 속으로는 그게 가능할까 했다. 500회를 넘기면서 그게 헛소리가 아니고 1000회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배들이 잘해줘서 그런 거다”고 말했다.

김미화도 “나는 아이가 4명 있는데, 개콘은 다섯번째 아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중 20년이나 인기 있는 게 있나. 내가 출연해 한때 인기를 모았던 ‘쓰리랑부부’도 5년간 사랑받았다. 피디, 작가, 후배들이 모두 열심히 해 이런 날이 왔다. 나는 엄마처럼 바라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개그콘서트는 한 신인의 커피잔에서 탄생한 거다. 신인이 커피심부름을 해주고 돌아가는 쓸쓸한 모습을 보고, 이런 신인들에게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면 폼나는 선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전유성 선배를 찾아가 의논하다 코미디 무한도전식으로 해보자고 한 게 개콘이었다. 김대희는 당시 3개월짜리 신인이었다”고 탄생 비화를 알려주었다.


‘개그콘서트’는 전성기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학생들은 일요일 밤 ‘개콘’을 보고 잠잔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재 ‘개콘’의 시청률은 한자리수에 머물러있고, 트렌드에도 뒤져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재미 없어 안본다”는 댓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1000회 간담회 자리에서도 짧은 자축에 이어 침체에 빠진 개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모두 걱정과 애정이 함께 섞여 있는 말이었다.

전유성은 “개그콘서트는 대학로에서 성공한 걸 TV로 옮겨왔는데, 그런 과정 없이 PD들이 결정하고 방송을 내보내다 보니 나태해지고 식상해진 것 같다”면서 “시청자가 재미없다고 하면 당연히 없어진다.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화도 “20년을 하니 식상한 부분도 있다. 개그의 사이클이 빨라졌다. 기다려 주지 않는 것도 있다. 신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될 때도 있다. 신인들이 3개월 연습해 특집 한 편 내보낸다”면서 “지금 개그도 서영춘 배삼룡의 코미디 스타일이 녹아 있다. 공개코미디가 시대에 맞춰 노력한다면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원종재 PD는 “태동기에는 신선했는데, 20년을 끌고오면서 새롭지 않다는 건 맞는 표현이다. 과거에 너무 사랑받았기에 지금 기대에 못미치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가시적인 성과는 안나왔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시도해볼 수 있는 해결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고민도 있다. 개그맨들의 저력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봉선은 “불과 10년전에 있기 있었던 코너를 지금은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원 PD는 “가학, 외모 비하와 같은 건 없다. 못 생긴 걸 못생겼다고 얘기 하지 못한다. 비주얼만으로 웃기는 친구에게는 미안하다. 이제 개그맨을 뽑을 때 못 생긴 것이 별로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면서 “그런 비난 때문에 코너를 끌고갈 수 없어 시도 자체를 안한다. 심의와 싸워오면서 힘들어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건 짊어져야 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 유튜브처럼 자극적으로 갈 수 없다. 특정인을 힘들게 하면서 코너를 끌고 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박형근 PD도 “공개코미디가 어떤 형태가 되건 웃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특성을 지켜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웃기는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어떤 한 웃음을 주어야 하고, 지금 원하는 웃음이 무엇인지 하는 웃음 본질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못한 것 같다. 포맷이 바뀌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년을 정리하는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은 오는 19일과 26일 2회에 걸쳐 방송된다. ‘레전드 코너’와 현재 코너를 섞어 방송된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