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보다 임상 리스크 적어
지노믹트리 등 주가 상승세
올 들어 국내 제약ㆍ바이오 업종이 실적 하락과 ‘코오롱 인보사 파동’,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 삼중고로 고전하고 있는 사이 체외진단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혈액이나 용변, 타액 등에 있는 유전자 정보로 질병 유무를 체크하는 체외진단 산업은 최근 빠른 진단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성장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미 미 증시의 진단기기 업체들이 최근 2년간 시장을 크게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점도 국내 기업들의 상승 기대감을 견인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제약ㆍ바이오주가 호황을 보였던 최근 2년간 국내 진단기기 기업들은 신약개발 업체나 보톡스 기업들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 들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진단기기 그룹의 시총 증가율은 17%로, 시장(14%)은 물론 신약(3%)과 임플란트(14%)를 앞서고 있다. 분위기 반전은 지난 3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지노믹트리가 주도하고 있다.
암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지노믹트리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입성했지만 이전상장 후 주가가 36% 뛰며 시총이 7000억원대에 진입했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의 진단업종 대장주로 군림하던 씨젠의 시총(6256억원)도 넘어섰다.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는 분변으로 대장암 고위험군을 조기에 진단하는 제품이다. 국내 임상을 완료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방광암과 폐암 진단키트는 현재 단일 임상 진행 중이며 연말 국내 허가 예정이다. 지난 3월 미국법인 설립으로 올 하반기 대장암 진단의 미국 임상이 다음 모멘텀으로 평가된다.씨젠 역시 연초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세에 올해 들어 주가가 49% 상승했다. 호흡기, 소화기, 여성감염 등의 질환 검사에 사용되는 올플렉스를 주력 제품으로 두고 있다. 연구개발(R&D) 가치에 의존해 주가가 올랐지만 올해 업종 내 실적개선주로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상승한 140억원이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체외진단 임상시험은 신약처럼 전임상부터 3상에 걸친 임상시험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단상 임상이어서 시간과 비용이 적고 실패확률도 적다”고 설명했다.
진단기기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넥스 시장의 수젠텍도 코스닥으로 이달 이전상장을 진행 중이다. LG화학 바이오텍 연구원들이 설립한 수젠텍은 혈액으로 결핵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한다. 지난해 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본격적인 수익 창출의 시기를 2021년으로 잡았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규모는 2018년 600억달러, 2023년에는 832억달러로 전망된다”며 “이제 태동단계에 진입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