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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침체에 팍팍한 살림살이…울고 싶은 ‘가정의 달’
5월 ‘각종 day 줄줄이’…
카네이션 한바구니에 5만원 이상
2030청년 86% “어버이날 부담”
백화점 등 특수도 ‘옛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서초구 양재 화훼공판장을 찾은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연합]

“6만5000원? 더 저렴한 꽃은 없나요?”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1층 입구에서 카네이션을 보고 있던 직장인 김수현(36) 씨가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생화 다섯송이가 담긴 작은 상자가 5만원이 훌쩍 넘었다. 몇분을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백화점 바닥에 진열된 2만1000원짜리 꽃바구니 2개를 구매한 김 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1년에 한번 부모님 선물드리는 건데도 돈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속상하다”며 “하지만 선물에 식사까지 대접하려면 한번에 수십만원이 그냥 나가는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민들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울고 싶은 달’이다. 이날 해당 백화점은 어버이날을 맞아 ‘사랑과 감사를 전하라’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정작 지갑을 열어야 하는 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서민들에게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로 이어지는 5월은 그저 ‘돈이 많이 나가는 달’일 뿐이었다.

8일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일자리플랫폼 ‘잡아바’ 회원 6379명을 상대로 지난 4월 24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5월 기념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6.1%(5490명)는 5개 가정의달 기념일 가운데 어버이날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어버이날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63.7%), 선물과 인사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23.2%) 등을 꼽았다.

지난해 가정의달 기념일 지출액은 54.0%(3447명)가 10만~20만원, 26.6%(1698명)가 20만~30만원이라고 응답했고 100만원 이상은 0.9%(57명)로 조사됐다. 올해 가정의달 지출 계획에 대해서는 53.4%(3404명)가 10만~20만원, 28.0%(1784명)가 20만~30만원, 1.2%(75명)가 100만원 이상 가량이었다.

양가를 모두 챙겨야 하는 기혼 부부들의 부담은 더욱 컸다. 직장인 안모(34) 씨는 꽃을 사기 위해 동네 꽃가게 3군데를 돌았다. 어버이날 조부모님, 시댁, 친정 부모님까지 모두 챙기려면 최소 50만원은 든다는 것이 안씨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부터 육아휴직을 하고 있어 버는 돈은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그대로라 올해는 더욱 부담”이라며 “세상이 바뀌어 현금이 최고라도 해도 정성은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어버이날 꽃은 말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모들 역시 어버이날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로구의 김연옥(59) 씨는 “힘들 게 사는 것을 뻔히 아는데 어버이날이라고 꼬박꼬박 챙기는 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며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라고 전했다.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에 어버이날 특수도 옛말이 됐다. 전날 백화점 잡화점에서 만난 한 판매원은 “보통 퇴근길에 부모님 선물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손님이 너무 없다”며 “요즘엔 선물 고를 여유도 없이 현금으로 드리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서울 강북구 맞벌이 부부인 김모(37) 씨는 “이미 어린이날 아이들 선물 사느라 돈을 많이 썼는데 곧 스승의 날이라 어린이집 선물도 해야한다. 이번달은 카드값이 더 나오게 생겼다”며 “사람 노릇하느라 가계가 파탄나게 생겼다. 이런 날 없애고 가족들끼리 며칠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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