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별 집어삼키는 블랙홀 ‘중력파’ 관측했다
美ㆍ유럽 연구단, 별 먹는 블랙홀 중력파 최초 포착
중성자별 내부구조 밝히는 실마리
블랙홀 생성·진화 과정까지 검증

日관측시설 카그라도 연구단 가세
2030년부터 우주 현상 매일 관측

韓 중력파검출기 ‘소그로’ 프로젝트
기초과학硏 지원 못받아 잠정 중단


중성자 별을 잡아먹는 블랙홀 시뮬레이션. [라이고ㆍ비르고 연구단 제공]

별을 삼키는 블랙홀의 중력파가 최초로 포착됐다.

미국 라이고(LIGO)와 유럽 비르고(VIRGO) 연구단은 짝꿍처럼 자신과 회전하는 중성자별(초신성 폭발 후 남은 별의 핵이 중성자로 변하면서 만들어지는 별)을 잡아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홀의 중력파를 관측했다. 관련 연구논문은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중성자별 잡아먹는 블랙홀 중력파 포착= 별들은 대부분 서로의 주위를 도는 쌍둥이 별로 태어난다. 이를 쌍성이라 한다. 그런데 쌍성으로 태어난 두 별 중 하나가 블랙홀이 되면 이 블랙홀은 다른 쌍둥이 별의 질량을 흡수해 버린다.

이로 인해 쌍둥이 별은 에너지를 잃고 결국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연구단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보고 있다.

블랙홀이 쌍성이 된 중성자별을 잡아먹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 관측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소속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블랙홀에 포획되는 중성자별의 중력파 관측은 그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측됐는데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질량 차이가 크게 나는 별이 쌍성으로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번 중력파 관측은 비밀에 싸인 중성자별 내부 구조를 밝히는 실마리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중성자별이 극단적인 천체인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빛의 신호가 중성자별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라이고 연구단의 방갈로레 사스야프라카쉬(Bangalore Sathyaprakash) 이론물리학자는 “중성자별이 블랙홀에 빨려들어 갈 때는 타원 궤도가 아닌 원 궤도로 회전한다”며 “이런 이유로 이번 관측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보다 잘 증명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위치에서 중력파가 관측됐는지 정확하게 추적되지 않아 후속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이 있는 물체는 가속운동을 하면 시공간을 휘어지게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렁임이 중력파다. 한 변의 길이가 수 ㎞인 직각 모양의 진공터널의 양 끝에 거울을 단 뒤, 거울에 레이저를 발사해 반사된 빛이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해 중력파를 검출한다. 이 중력파 측정장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았던 킵손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는데 그는 첫 중력파 발견 이후인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방출되는 중력파의 존재가 지난 2015년 처음으로 드러난 뒤로, 지난 2017년 8월에는 중력파는 중성자별 두 개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포착하는 등 지금까지 수차례의 중력파를 발견했다. 라이고와 비르고 연구단은 지난 25일 중성자 별 두 개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력파를 재차 관측하기도 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인 한국천문연구원 이형목 원장은 “중력파를 이용한 천문학이 시작되고 있다”며 “중력파가 일상적으로 관측되면서 인류가 우주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주를 분석하는 새로운 열쇠, 중력파= 과학자들이 중력파를 주목하는 데는 중력파가 우주의 비밀을 찾을 수 있는 직접적인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빛과 전파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고 이에 대한 질량, 거리, 회전 분포 등을 분석하면 블랙홀의 물리량이 새롭게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홀의 생성과 진화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블랙홀의 존재는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블랙홀은 빛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가시광선보다 훨씬 파장이 긴 빛인 전자기파를 관측하는 도구를 사용해서 블랙홀 주변의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사건을 관측했다. 지난 4월 인류가 처음으로 관측해 공개한 블랙홀의 그림자 이미지가 이러한 방식을 띈다.

지난달 1일부터 협력한 미국 라이고와 유럽 비르고 연구단에는 일본이 건설한 중력파 관측시설 카그라(KAGRA)까지 합세했다. 관측장비가 늘면서 더 정밀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라이고 연구진은 거울의 안정성과 정밀도를 높인 ‘어드밴스드 라이고(ALIGO) 플러스’를 개발해 오는 2030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어드밴스드 라이고가 작동되면 블랙홀 충돌과 같은 우주 현상이 매일 3차례 이상 관측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한국형 중력파 검출기인 ‘소그로(SOGRO)’ 개발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됐다. 중력파 연구를 해온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기초과학연구원(IBS)에 6년간 300억원 규모의 소그로 프로토타입 개발계획과 연구단 설립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국내 연구자 기반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요소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를 각자 수주하는 방식으로 연구 방향을 선회했다. 오정근 선임연구원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그로 기술개발을 위한 기초 역량을 쌓는 연구 제안을 준비하려고 한다”라며 “한국천문연구원에 있는 중력파 실험그룹이 천체물리학를 맡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데이터분석 알고리즘 등을 맡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은 올해부터 중력파 분야를 보호연구 분야로 지정해 1년에 1억원의 연구비를 최대 10년간 지원한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