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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즉위식 “평화” 언급 나루히토 일왕, ‘아베 제어’ 계승?

평화 언급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마치고 궁으로 [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제126대 나루히토(德仁ㆍ59) 새 일왕은 1일 즉위식에서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는데, 과연 우경화된 아베 정부의 군사적 팽창 및 평화헌법 개정 기도를 어느 정도 제어할 지 주목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침략행위 반성’의 뜻을 담아 제정한 평화헌법을 계속 지킬 지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근년들어 노골적으로, ‘방어목적만이 아닌, 전쟁능력(전력)으로서의 자위대’ 조항을 헌법에 넣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중이다. 침략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이 평화헌법을 지킬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베 노선에 찬동, 묵인하는 것으로는 볼 수는 없다. 그는 살아생전에 양위한 부친 아키히토 ‘상왕’의 평화주의를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버지 아키히토 상왕은 1990년 방일한 한국대통령에게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에 한국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사죄한 바 있다.

부친 아키히토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게도 “한반도에 큰 고난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 몇 해 전 깊은 슬픔을 표명했고 지금도 변함없는 심정”이라는 뜻을 전했었다.

연호 ‘레이와(令和)’ 시대 원년을 여는 나루히토는 이같은 부친의 뜻을 어떤 형태로든 견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나루히토는 2014년 54세 생일때 기자회견에서 평화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부친이 즉위할 때 헌법수호 의지를 밝힌데 비해, 나루히토는 “세계평화”만을 총론적으로 내비친데 그친 점은 대조적이다.

나루히토로서는 굳이 즉위 첫날 부터 아베와의 갈등 요인을 대놓고 노출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무사가 전권을 행사한 채 허울 뿐인 일왕을 보좌하는 체제를 이어갔다. 그렇다고 무사들이 일왕의 견해와 다른 정책을 펴는 일도 드물었다.

경제, 군사적으로 호전적인 아베는 형식적인 왕이라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왕의 평화 노선에 대놓고 배치되는 행동을 강행하면 선거에서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왕은 쫓겨나지 않는 자리이고 총리는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양자 사이의 첨예한 대립, 금도를 넘는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 국민은 아시아지배력을 키우려는 미국이 일본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더라도, 당장 빈번하게 접촉해야 할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왕따’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일본의 침략을 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평화주의를 거역할 경우 일본만 ‘왕따’ 시킬 수 있다. 일본 유권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 같은 행보를 보이던 아베의 폭주를 나루히토와 일본 국민들이 제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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