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정은, 불쾌감 드러내며 美에 공 넘겨…“美 계산법에 달렸다”
-“美 우리 자극…바람 불면 파도 일기 마련”
-3차 북미정상회담, 美 비핵화 해법 변화 전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이틀 째 가진 시정연설에서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 비핵화해법 변화를 전제로 한 3차 북미정상회담 수용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가졌다. [헤럴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향후 북미 비핵화협상을 비롯한 대외전략구상의 얼개가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차 1차 회의 둘째 날 참석해 47분가량의 시정연설을 통해 김일성ㆍ김정일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강국건설 과업과 자립경제발전 방안과 함께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먼저 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6ㆍ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 단계와 경로를 설정한 뒤 조치를 취할 결심을 피력하고 미국의 화답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 결과 자신들의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이 옳았는지 강한 의문을 갖게 됐다면서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오히려 경계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노이에서 미국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면서 문제를 풀 준비가 안돼있었으며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 측에 떠넘긴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인식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대신 제재완화를 기대했지만 미국이 ‘영변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고 제재완화를 거부한데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최근 잇따라 언급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없이 최대 압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한다고 비판한 뒤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하노이와 같은 식의 북미정상회담 재현에 대해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미국이 지난달 실시한 북한으로부터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상정한 요격시험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거론해가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마련이듯이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위협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 유예 중단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3차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후속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앞서 미국의 태도 변경이 있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조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쓰여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서명)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 ‘일괄타결식 빅딜’ 비핵화해법을 접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단계적ㆍ동시적 해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는 앞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파악해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한데 대한 간접적인 답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한미정상회담 직후 올해말을 시한으로 미국의 선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포스트 하노이 국면의 공을 재차 미국에 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하는 등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큰 기대는 걸지 않겠다는 의중도 거듭 내비쳤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관계에 대해 제재해제를 구걸하는 협상은 없다는 단호함에도 올해까지 인내하겠다고 했으니 여전히 회담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메시지 전달처럼 보인다”면서도 “하노이처럼 좋은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한 게 걸리는데, 결국 미국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협상에만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