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조두순 사건’ 재현? ‘형사공공변호인’ 이해충돌 논란
-법무부, ‘형사공공변호인제’ 운영 법률구조공단에 맡기기로
-공단이 피의자 변호 맡으면 피해자는 구조 못받게 돼 문제
-‘조두순 사건’ 때도 공단이 변호 맡는 바람에 피해자 외면당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 업무를 법률구조공단에 맡기기로 해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도 국선변호인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구조공단이 피의자 변호까지 맡으면 범죄 피해자를 돕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달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국가로부터 보수를 받는 국선변호인은 재판과 영장심사에서만 선임이 가능하다. 법무부가 마련한 법률안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국선변호인 지원은 수사단계까지 확대된다. 대상은 3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되는 중범죄 피의자를 원칙으로 한다.

중범죄인도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법무부가 이 업무를 법률구조공단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법률구조공단이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변호인이 되어버리면 범죄로 인해 손해를 본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업무를 맡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조두순 사건’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성범죄 피고인인 조두순의 변호를 맡았고, 이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구조공단에 맡기지 못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이해충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범죄 피해자들이 공단에 법률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도 “동일한 사건에서 피의자를 먼저 공단이 대리를 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나중에 법률구조를 해달라고 해도 맡기 힘들다”라며 “형사와 민사는 완전히 분리가 되는 건 맞지만 문제는 정보에 있다. 애시당초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인데 굳이 법률구조공단에 운영을 맡긴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실무에 관여한 법무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계약직으로 형사공공변호인을 맡을 변호사를 뽑는 등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시행령을 별도로 둘 것이기 때문에 이해충돌 우려는 불식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법률구조공단에 체포 사실을 통지해야 하고, 실제 구조공단이 변호사 선정에 관여하는 이상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승철 변호사는 “그럼 로펌들도 별도의 위원회를 선별해 관련 사건을 수임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현행 변호사법에는 부처간 정보공유를 금지하는 ‘차이니즈 월’(Chinese Wall)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아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가진 법무부가 국선변호 업무를 주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주체가 수사와 기소를 하면서 변호업무를 동시에 맡으면 안된다는 논리다. 대한변협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법률구조공단에 피의자 국선 변호인 선정 업무를 맡기는 것은 심판이 선수 선발에 관여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