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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 기자의 바람난 과학] 로봇 스스로 걷고 뛰는 법 터득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로봇시스템 연구소가 개발한 로봇 애니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기 위해서는 수천 번 땅에 넘어지며 그 땅을 짚고 일어선다. 이러한 반복 학습을 통해 아기는 비로소 아장아장 걸어 나가게 된다. 그런데 로봇도 수집한 빅데이터를 스스로 반복 학습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역동적으로 뛸 수 있게 됐다.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로봇 스스로 물체를 구분해 잡기까지 한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서 로봇 설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로봇시스템 연구소는 지난 1월 신경 네트워크 훈련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하는 로봇 ‘애니멀(ANYmal)’을 개발했다. 지난달 27일 구글은 물체를 구분한 뒤 잡는 방법까지 홀로 터득하는 ‘토싱봇(TossingBot)’ 로봇 팔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두 로봇 모두 외관만 봐서는 다른 로봇과 차별화 된 지점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두 로봇이 설계된 방식은 지난 수십 년간 로봇 공학자들이 선택한 방법과 획기적으로 다르다.

기존 로봇 공학자들은 전통적인 시스템 설계 방법인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을 제어했다.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최적화된 로봇의 이동 값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실제로 구현된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표면 마찰, 구조적인 유연성, 진동, 센서, 엑추에이터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실제 개발된 로봇은 비틀거리며 걷거나 툭하면 쓰러지기 일쑤다. 로봇은 인간처럼 물체의 물성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세기로 해당 물체을 쥐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도 없다. 수학적 계산법으로는 로봇이 직면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는 이처럼 무수하다.

국내 기계공학 전공 연구원은 “사전에 로봇 제어 로직을 완벽하게 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로봇이 안정적으로 제어될 때까지 실험실에서 수백 수천번의 반복 작동 실험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런데 인공지능(AI)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모델을 로봇 설계에 대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4족 보행 로봇인 애니멀의 경우, 실험 데이터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시뮬레이터에 적용됐다. 하이브리드 시뮬레이터에서 이동 전략이 최적화된 애니멀은 실제 현실에서도 성공적으로 걷고 달렸다.

구글 로봇연구소와 콜럼비아, MIT,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이 협업해 개발한 토싱봇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토싱봇은 다단계 신경 네트워크를 이용해 데이터를 쌓기 위한 실험도 스스로 한다.

토싱봇은 상자에 담긴 바나나, 탁구공, 나무블록, 아이스크림 등 가운데 바나나를 구분해 멀리 떨어진 빈 통에 던져 넣는 명령을 받았다. 물체를 구분해 집는 방법을 몰랐던 로봇이 2000개가 넘는 컴퓨터 비전으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시행착오를 분석한 뒤 목표 과업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4시간이었다. 머신러닝을 통해 이를 개선한 로봇 팔은 85%의 개선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재실험을 했고 로봇 팔은 80%의 정확도를 보였다. 

토싱봇 프로젝트 연구원인 슈란 송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것들을 로봇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은 실리콘밸리 로봇 업체인 페치 로보틱스가 판매하고 있는 이동형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로봇 공학자들은 신경망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반드시 배워야 할 수도 있다. 기존 대학이 학생들에게 고전적 로봇 제어 이론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둬야 할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점은 미래의 로봇 공학자는 더 이상 로봇에게 걷고 뛰는 법을 명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우려도 있다.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라이트핸드 로보틱스의 CEO인 리프 젠토프트는 “이런 방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솔루션은 아니다”며 “모든 기계에 지능이 달리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AI의 막강한 영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한 사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제3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확산으로 기존의 직업들 대부분이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예견했다. 그의 말처럼 기술은 언제나 복합적인 축복이었다.

반면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는 정해진 목표에 최적화해 잘하는 일엔 능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정하거나 의도를 찾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AI는 인간을 도우면 도왔지 절대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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