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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첨단 과학기술과 임피던스 매칭
산부인과에 가면 초음파 검사 전에 산모 배에 미끌미끌한 젤을 바른다. 잘 미끄러지라고 바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초음파 때문에 바르는 것이다. 초음파 에너지가 태아까지 도달한 후에 되돌아와야 뱃속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데, 그냥 했다간 대부분의 에너지가 피부에 부딪혀서 반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젤을 발라 초음파와 피부간의 ‘결을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전기나 파동의 전송간 손실을 막기위해 조건을 맞추는 것을 ‘임피던스 매칭’ 혹은 ‘임피던스 정합’이라고 한다.

원래 임피던스(impedance)라는 단어는 전기공학 용어지만 요즘은 사회나 기업 같은 네트워크 내에서 집단과 개인간에 얼마나 정보가 충실히 전달되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데도 ‘임피던스 매칭’의 개념을 사용한다.

얼마전 후배기자가 한 과학 포럼에 다녀와서 아쉬운 듯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질의 응답 시간에 한 중학생이 “강연을 들어보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연구자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 데 왜 우리나라에는 스타 과학자가 없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관련 인사들이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학생의 질문에 정답을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학계나 정부가 국민들과 과학정보의 ‘임피던스 매칭’의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매일 무수한 과학 홍보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관 자체나 기관장에만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연구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이 설명되야 하는데, 그런 것 보다는 ‘세계 최초’, ‘과학지 OOO에 등재’ 같은 사실만 강조된다. 과학 모르는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틈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저렇게 돼야지’하고 마음 먹게 만드는 ‘스토리’도 빠져 있다.

과학 선진국의 연구기관이나 세계적인 기술 기업에는 ‘과학(기술) 커뮤니케이터’란 자리가 있다. 단순한 ‘홍보맨’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를 보통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핵심을 알기쉽게 정리,비유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구성하고 디자인하는 자리다. 과학도 알아야 하지만, 언어나 미술, 음악, 역사 등에도 뛰어나야 하는 자리다. “좋은 커뮤니케이터 한 명이 기관의 위상을 바꾼다”는 말도 있다. 물론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키우고 좋은 과학 콘텐츠를 만드는데는 돈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쓴다. 미래를 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떨까. 기관들의 홍보 예산도 부족하고 규정도 낡았다. ‘출판물’과 전시회’ 외에는 비용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요즘 같은 시대에그 흔한 유튜브 영상 하나 돈 들여 만들기 어렵다. 이래선 과학계가 만들어내는 ‘좋은 파장’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손실없이 전해지기 어렵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과학 기술로 먹고 살아야 되는 나라다. 젊은 인재들이 과학과 첨단 기술판으로 몰려들어 새산업을 만들고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우선순위가 유튜버나 아이돌이라는 사실에 우려만하고 있을 게 아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과학 관심도를 높이는 ‘임피던스 매칭’에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4차산업을 통한 혁신성장을 아젠다로 내세운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홍승완 미래산업섹션 4차산업 팀장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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