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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보다 더 서러운 ‘외국인가정’…할머니 이민 부른다
#. 10년 전 몽골인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A 씨는 한국에서 몽골 출신 남편을 만나 외국인 가정을 이뤘다. 유학기간이 끝난 뒤에도 A씨는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전문직 비자(E7)’를 받아 모범 외국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도 부부는 ‘이방인’이었다. 이방인의 자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가지 못한다. 우선순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귀화해 ‘한국국민’으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아이는 한국어 언어 학습 시기를 놓쳤다.
#.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B 씨는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과 결혼했다. 아이를 낳았지만 B씨 역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외국인 부모 가정의 자녀는 무상보육 대상도 아니다. 여러 다문화 지원센터에서도 퇴짜를 맞았다. 다문화 가정은 국내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가정 중에서도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경우만 해당된다. B씨는 결국 육아를 위해 본국에 있던 어머니를 F4 비자로 불렀다. ‘할머니 이민’이다. 고령의 어머니는 국내에서 피부양자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다. 2018년 기준으로 236만명.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인구(5164만명)의 4.6%다. 법무부는 오는 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예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귀화 건수도 7000여건이나 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1조5302억달러), 세계 7번째로 ‘5030 클럽(인구 5000만ㆍ1인당 GNI 3만 달러 이상)’에 가입한 한국은 글로벌 국가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체류 외국인들은 우리 사이에선 차별받고 있는 존재다. 특히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가정은 ‘다문화 가정’ 분류에서도 열외에 놓여있다.
예컨대 외국인 가정 아이들은 어린이집 추천 우선순위에서 후순위에 놓여 있다. 한국인부터 뽑고 남는 자리에 넣도록 돼 있다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학 당첨이 어렵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첨 우선순위에서 국내 아동 중에서도 맞벌이, 다자녀 가정 등이 먼저 오게 돼 있어 외국인 주민 자녀는 우선순위 중 마지막”이라고 했다.
외국인 가정 소외는 ‘할머니 이민’ 가능성도 높인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강희영 연구위원은 “다문화 가정엔 무상보육이 제공되지만 외국인 주민 자녀는 유치원 수업료 등을 다 내야한다”며 “외국인 주민 자녀의 보육공백은 한국사회에서 선호하지 않는 연쇄 이주로 이어지는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귀화한 고학력 저연령 외국인은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되지만, 육아를 대신하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고령의 조부모’는 국가적 복지비용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종국엔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이 될 사람들이라면 의무교육, 무상보육 혜택을 받게 해야한다”며 “모범 외국인들이 국적을 획득하기까지 10년 가까이도 걸린다. 이들이 국적을 취득하는 시점에는 자녀가 10세 가까이 돼 한국국민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상당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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