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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기업 슈퍼주총] 투기자본 걸림돌 제거한 현대차…‘정의선 승부수’ 통했다
주주 “엘리엣의 보통주 안건은 독이 든 성배”
현대차 미래전략에 동의 ‘정의선 체제’ 굳혀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작업 탄력받을 듯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정면승부’가 통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현대차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을 가볍게 따돌렸다.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진행된 제51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는 ‘정의선 체제’의 선언적인 자리였다.

궁지에 몰린 엘리엇의 막판 호소에도 주주들은 현대차의 미래전략에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이날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 정의선 체제의 본격화를 만천하에 알렸다.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에 현대차 ‘완승’= 첫 표 대결은 재무제표 승인과 기말배당 승인 안건이었다.

앞서 현대차 이사회는 보통주 기준 현금배당을 주당 3000원으로 제안했고, 엘리엇은 주당 2만1967원으로 제안했다.

재무제표 승인 의결권은 총수의 81% 출석,찬성률 97.8%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배당은 사측의 제안이 찬성률 86%, 의결권 주식 총수 대비 69.5%로 채택됐다. 엘리엇 제안의 찬성률은 13.6%에 불과했다.

한 주주는 발언기회를 얻고 “엘리엣이 제안한 보통주 안건은 독이 든 성배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실적이 개선되면 적극적인 배당과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한 만큼 회사가 제안한 안건을 승인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의결권 자문기관 다수가 손을 들어준 현대차 추천 후보들이 이름을 올렸다.

윤치원(59)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50)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55)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3명의 후보는 과반수를 얻었다. 찬성률도 각각 90.6%, 82.5%, 77.3%로 집계됐다.

이목이 집중됐던 현대모비스의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현대모비스와 엘리엇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는 각각 2명, 2명이었다. 앞서 업계는 이날 정관에서 이사회 구성(3~9인)을 3~11인으로 변경하는 안이 가결되면 엘리엇의 경영 개입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선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21.1%만이 엘리엇의 정관 변경에 찬성했다. 이사회 구성원은 현안대로 9명이 유지되게 됐다.

▶‘정의선 체제’ 본격화= 주총 이후 정 수석부회장은 임시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주주총회 이후 임시이사회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미래 성장동력 화보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로 전환이다. 작년 9월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이후 6개월여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5일 기아차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비상근이사에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그룹 장악력은 더 높아졌다는 평이다.

지배구조 개선이 남은 과제다.

주총에서 엘리엇이란 걸림돌을 제거한 데다 정 수석부회장이 19.46%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해 일부 자금을 확보한 것이 근거다. 이에 따라 작년 3월 발표 이후 지금까지 보류됐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작업도 속도를 받을 전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의 안건들이 엘리엇을 큰 표차로 누르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핵심 지배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고 지배구조 변화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한 공격적인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찬수ㆍ박혜림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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