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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 수소’ 화석연료 다음을 준비하다
‘초고온가스냉각로’ 연구 한창
수소·전기 동시 생산 신기술
높은 안전성에 온실가스 없어
원자력硏, 2040년대 상용화 전망


초고온가스냉각로의 핵연료를 제조하는 과정.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석유자원의 고갈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 개발은 국가발전의 필수요소로 여겨진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포스트 화석연료시대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지목하고 있다.

정부도 올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천명한 바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한 자원인 수소는 가연성 가스로서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만 수소는 공기중의 산소와 반응하면 높은 에너지와 함께 깨끗한 물만 나온다.

그동안 수소 생산은 전기를 이용한 물 분해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 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투입되는 전기량에 비해 생산량이 적어 에너지 효율을 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주역으로 원자력 발전 기술의 하나인 초고온가스냉각로(VHTR)가 수소의 대량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차세대 수소 생산기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VHTR은 기존 가압경수로와 달리 냉각재는 헬륨을 쓰고, 감속재는 흑연을 사용하는 안전성을 극대화한 4세대 원자로의 하나다. VHTR은 원자로에서 발생되는 고온의 열을 이용해 열화학적인 방법으로 수소를 값싸게 생산한다. 특히 이 기술은 전력 생산만 가능했던 기존 원자력 기술의 활용영역을 확대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고온가스로개발부 김민환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원자력수소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해오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초고온가스냉각로는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950℃의 고온을 이용해 물을 열화학적으로 분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한다. 열화학적 수소 생산 방법은 황(H2SO4)과 요오드(HI)가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는 분젠반응에 물(H2O)과 고열을 공급해줌으로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것이다.

김민환 박사는 “석탄 및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수소 생산은 수소 1톤 당 약 10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방출한다”면서 “원자력 수소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kg 당 수소생산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력수소는 4세대 원전인 초고온가스로에서 발생되는 900도 이상의 열을 이용한 열화학적 공정으로 수소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열출력 1400MWt급 VHTR 1기로 연간 약 14만톤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40년대에 이르러 수소자동차와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의 보급 확산으로 연간 526만톤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하면 원자력 수소의 가치는 명확해진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고온가스냉각로는 기체인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냉각재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으며, 삼중으로 코팅된 피복입자 핵연료는 섭씨 1600도 이상에서도 방사능을 누출하지 않는다. 또한 내부구조물인 흑연은 열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해 원자로 사고 시 핵연료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원자로 바깥으로 열을 방출한다.

김 박사는 “원자로 바깥으로 공급된 열은 완전 자연현상만으로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초고온가스로는 후쿠시마와 같이 외부전원이 상실되고 운전원이 조작도 할 수 없는 극한사고에서도 자연적으로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2030년대 실증로를 구축한다면 실증한다면 2040년대에는 본격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박사는 “수소경제와 연계돼 미국, 일본, 유럽 등 원전 강국들을 중심으로 VHTR을 활용한 원자력 수소 공정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의 경우 VHTR 실증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이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 실증플랜트를 건설하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국내 원자력 수소 관련 기술은 아직까지 일본에 크게 뒤처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실증로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VHTR 설계 해석 코드 개발은 마쳤고, 국내 기술로 건설한 헬륨시험시설에서 섭씨 900도 운전을 달성해 초고온 기기와 운전에 관한 불확실성도 제거했다. 또 국내 자체개발한 피복입자 핵연료를 하나로 연구로에서 조사시킨 후 900도 이상의 조건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대량의 수소생산기술도 실험실 수준에서 실증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원자력수소는 온실가스 발생 없이 대량의 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 중 하나”라며 “정부 주도의 실증계획 등 적극적인 정책 수립이 뒷받침된다면 기술 선점을 통해 수출 시장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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