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정박 배 활용해 선적세탁 정황”
-“암호화폐 해킹으로 6450억원 빼돌리기도”
-“무기거래 대상 아프리카 집중”
-美국무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우려 표명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불법거래하는 등 제재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12일(현지시각)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을 비롯해 해상에서의 금수품 밀거래와 불법 해킹 등 제재위반 사례를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 중 해상에서의 선박간 금수품 밀거래 모습이 담긴 안보리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연합] |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묶으려 하면 어떻게든 빠져나간다. 수싸움은 한층 치열해졌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전방위 경제제재를 피하려는 수법은 더욱 정교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각)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다양한 제재회피 수법을 낱낱이 공개했다. 북한과의 거래로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받는 국가도 30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는 이같은 제배위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정박 ‘쌍둥이 배’로 선적세탁=대북제재위는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선박 대 선박’(ship-to-ship) 환적의 대표사례로 육퉁(Yuk Tung)호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일 육퉁호는 동중국해 해상에서 일명 ‘선박 스푸핑(spoofing)’ 수법을 썼다. 일종의 속이기 전술이다. 육퉁호는 파나마 국적 마이카(Maika)호인 것처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보냈다. 이 배는 다른 한편으로 인도양 코모로제도 국적 ‘하이카(Hika)호’라고 배 이름을 등록했다. 정작 하이카호는 동중국해에서 1만1265㎞(7000 마일) 이상 떨어진 아프리카 대서양의 기니만에 정박 중이었다. 또 해상환적 통신수단으로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이 사용됐다.
제재위는 “육퉁호와 하이카호는 같은 제조업체가 같은 연도에 쌍둥이 선박으로 건조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런 행위는 기존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제재위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수법은 북한이 ‘연명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된 유류품 수입을 더 늘리는 데 활용됐다고 제재위는 분석했다. 2017년 12월 안보리 제재 2397호 시행 이후 북한의 에너지 수입량은 연간 원유 52만5000톤, 석유제품 50만 배럴로 쪼그라들었다.
한편 공해상에서 거래된 석유제품이 북한에 유입된 창구는 남포항이 꼽혔다. 제재위는 “남포항은 의심스러운 불법 활동 허브”라며 “남포항에서 금수품묵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법 환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50척 이상의 배ㆍ160개 회사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육퉁 호’가 등록한 이름의 선박 ‘하이카 호’가 아프리카에 정박한 모습을 표시한 12일(현지시각)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파나마 국적 마이카(Maika)호로 식별된 육퉁 호는 정작 동중국해에 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
▶암호화폐 해킹 6400억원 빼돌려=제재위는 북한이 암호화폐도 탈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위는 “한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 최소 5차례에 걸쳐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5억7100만 달러(6458억원 가량)를 절취했다”고 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어선 등에 대한 어업면허권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업면허권 판매도 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제재위는 2개 유엔 회원국의 조사로 15척 이상의 중국 어선이 북한이 발급한 어업면허권을 갖고 있던 게 밝혀졌다고 했다. 한 회원국 조사에서는 북한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이 200척에 이르며, 어업 면허료는 한 달에 5만 위안(841만원 가량)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무기거래 ‘단골손님’은 아프리카 집중=제재위는 불법무기 거래, 군사협력 등으로 대북 제재위반 여부를 조사받는 국가는 모두 27개국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가 16개국으로 절반을 넘겼다.
북한 측이 민주콩고의 금광 사업에 개입하고 대통령 경호부대에 9mm 화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진행한 의혹도 조사 중이라고 제재위는 밝혔다. 제재위는 앙골라, 리비아, 수단, 우간다, 남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등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군사협력 프로젝트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북한 핵 활동에 필요한 핵심품목으로 꼽히는 압력변환기 거래 관련 의혹으로 제재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보고서 발간과 관련, "보고서는 작년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동향과 함께 결의 이행을 위한 권고를 담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대북제재 이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보고서 지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우려를 표한 뒤 “유엔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대량살상무기(WMD)능력를 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재 실행이 “북한의 경제ㆍ외교 고립이 심화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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