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서 ‘포스트 하노이’ 진단
노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반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론 전제가 필요하다. 북한이 미국을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를 제시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국면을 미 측이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북측이 (하노이 회담 과정에서) 어느때보다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제시했다”며 이를 미국이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이유라고 봤다. 문 특보는 “북미 재협상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로 나온다면 사태 반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욕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신이라고 문 특보는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전면 폐기 뿐 아니라 화생무기ㆍ탄도미사일 전체를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는 빅딜을 제시했다”고 했다. 확대회담 당시 존 볼턴 미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이 들고 온 ‘노란봉투’를 언급한 문 특보는 “(미국은) 그 반대급부로 북한 경제의 미래 청사진을 제공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정치ㆍ군사ㆍ경제적 보장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기엔 제재완화도 포함돼 있다고 문 특보는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과신도 회담 ‘노딜’에 작용했다고 문 특보는 풀이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의 검증가능한 완전 폐기라는 ‘스몰딜’로 제재완화라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과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은 북측이 제시한 유엔 대북제재 중 민수, 민생부분 제재 해제를 ‘과도한 요구’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이 남북경협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유엔제재 결의안의 해제보다는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를 갖고왔다면 어땠을까. 그게 아쉽다”고 문 특보는 언급했다. 아울러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당분간은 현상유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미가 연례훈련 축소 결정을 내린 이상 북한이 핵시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은 적다”며 “그러나 미국이 ‘제재와 최대압박’을 유지하며 일괄타결을 계속 주장한다면 트럼프 임기 내 협상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중재자’가 아닌 ‘촉진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문 특보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직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로 당부한 것은 미국 편에 선 촉진자 역할 요청이었다고 문 특보는 해석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커졌다”며 “보다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