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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 수사 일단락됐지만…추가 의혹 남은 법원의 ‘사건배당 조작’
-심상철 전 고법원장 ‘배당조작’ 기소했지만 지시자 못 밝혀
-심 전 원장, 직권남용 상대방인 동시에 지시자… 법리 다툼 예상
-통진당 행정소송 외 다른 사건 배당 조작 있었는지도 의혹으로 남아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10명의 전·현직 판사들을 기소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부당 개입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추가 조작 정황이나 지시를 내린 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5일 심상철(62) 전 서울고법원장 등 10명의 전·현직 판사를 기소했다. 심 전 원장은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통진당 의원들이 냈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심 전 원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이 접수되면 전자배당 절차를 거쳐 무작위로 담당 재판부를 정한다. 심 원장이 사건 배당 업무 담당자들을 시켜 관련 예규를 어기고 특정 재판부에 사건을 보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그러나 심 전 원장에게 배당조작을 지시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직권남용죄는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시킨 사람’을 처벌하는 범죄다. 지시를 따른 ‘상대방’을 함께 처벌할 수 있는지는 명확치 않다. 범행 구조상 심 전 원장은 법원행정처와의 관계에서는 지시를 따른 ‘상대방’이지만, 배당업무 담당자와 사이에선 ‘지시자’가 된다. 향후 재판에서 심 전 원장이 ‘나는 직권남용 지시자가 아니라 상대방’이라고 주장할 경우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범죄에서 상대방이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지는 선례가 없다”면서도 “범행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당초 박병대(62)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배당조작 관여 혐의를 기재했지만, 공소장에서는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에서 법원장, 실무자로 이어지는 배당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파악했지만, 통진당 의원들이 낸 행정소송 외에 추가로 조작이 이뤄진 사실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 설명에 따르면 법원은 이미 배당조작에 관련된 자료를 폐기했고, 수사도 관련자들이 진술하는 내용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물증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검찰은 다만 사건번호를 미리 빼놓는 수법으로 배당을 조작하는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어 향후 수사에 따라 추가로 의혹이 밝혀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심 전 원장이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하달받은 것은 명확하지만, 그게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시를 받은 직원 등 관여자 진술이 명백해 계속 조사를 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통진당 의원들은 2015년 ‘정당이 해산됐지만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정당 해산시 국회의원 지위를 판단할 권한이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1심 재판부는 상반되는 결론을 냈다. 이에 당황한 법원행정처가 ‘적절한 처리’를 담보할 수 있는 재판부를 골랐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검찰 조사 내용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전자배당을 통해 행정처가 요구한 재판부에 할당된 사건번호를 미리 빼놓았고, 항소심이 접수되자 이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배당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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