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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이 본 ‘적산건축 현재와 미래’] “100년 가까이 된 근대 건축물 역사 넘어 자산가치로 접근해야”

“모든 근대 건축물을 카페나 박물관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외관을 그대로 두고 수익구조까지 낼 수 있는 모델로 만들려면 창의적 접근이 중요한데,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업자)나 투자자들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합니다.”

박소현(사진)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소장은 지난 26일 오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제시대 등 100년 가까이 된 근대 건축물의 활용과 관련 “역사적 관점을 넘어 자산적 가치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유산일지라도 실제로 쓰여져야 의미가 더 있다”면서 “옛 건물들의 활용 스펙트럼에 대해 얼마나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논의는 정부나 학자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계와도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오래된 건축물의 바람직한 최근의 활용 사례로 박 소장은 ‘샘터 사옥’을 꼽았다. 1979년에 만들어진 샘터 사옥은 서울 대학로의 대표 건축물이었지만 지난 2017년 매물로 나왔다. 이를 부동산 투자ㆍ관리회사인 공공그라운드가 ‘임팩트 투자’(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나 환경 등의 다른 문제들도 같이 해결하는 투자방식) 방식으로 인수해 외관은 거의 그대로 두고 내부는 청년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박 소장은 “부수고 새로 올리는 것보다 그 모습 그대로 건축물의 자산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젊은 세대들이 하나 둘 찾아내고 있다”면서 “그런 움직임들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일제시대 건축물의 찬반 논란과 관련 그는 “과거는 현재의 우리가 그 가치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대상”이라면서 “요즘 2030 세대들이 바라보는 근대의 모습은 부모님 세대들이 고민해왔던 그때의 암울한 시기와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옛 건축물의 재탄생은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도시재생 사업’과도 통한다. 박 소장은 “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3ㆍ1운동의 실제 전국 현장을 GIS(지리정보시스템)와 접목시킨 사례처럼, 특정 공간에서만 발현될 수 있는 역사적ㆍ인문학적 해석이 구체적으로 더해진다면 그 지역의 장소와 건축물 역시 더욱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주민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가고, 공공부문은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과정을 지원해서 실제로 성공한 모델들이 일부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사례들을 통해 하나씩 배우고 더 큰 대도시에도 어떻게 적용해 갈 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인 박 소장은 지난해 5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5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개발과 도시재생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동산 디벨로퍼의 냉정한 지혜가 절실하다”면서 “연구소도 그동안 축적해놓은 정책연구 결과들이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양대근 기자/bi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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