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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책부록 로맨스, 본편이 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제목에는 별책부록으로 돼 있는 로맨스가 본편인 드라마다.

강단이(이나영 분)와 차은호(이종석 분)의 스며드는 사랑 이야기에 감정이 이입된다. 대사 하나하나가 섬세한 감정을 제대로 짚어내 감정 과정을 시청자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섬세함을 표현하는 이종석과 이나영의 연기도 참 좋다.

강단이와 차은호가 마침내 입맞춤을 했다. 차곡차곡 쌓인 두 사람의 감정은 한 곳에서 만나며 걷잡을 수 없는 설렘을 선사했다.

아는 누나와 동생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섬세한 감정 변화였던 만큼,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의 본질을 짚는 대사들은 큰 울림을 남겼다. 

특히 단이가 은호를 ‘오래된 책’이라며 “차은호라는 책, 새로운 문장이 보인다”로 표현하며 잔잔하게 말할 때 정현정 작가의 센스가 느껴졌다. 강단이의 변화를 제대로 짚어낸 대사다.


두 사람간 관계 변화의 시작은 차은호였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강단이의 마음 변화였다. 아는 동생에서 남자로 다가서기 시작한 차은호의 진심을 눈치챈 후, 강단이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이라고 생각했던 지서준(위하준 분) 앞에서도 온 신경은 차은호에게 향했다.

강단이에게 차은호는 오래 지니고 있어도 좋은 책과 같은 존재였다. “언제든 꺼내”보기도 하고 “하도 여러 번 읽어서 문장을 다 외우다시피 하는 책”이었다. 편안하고, 삶의 위기에는 위로를 받고, 돌아보면 그 자리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존재였던 차은호를 향한 혼란은 낯설었다.

“자꾸 새로운 문장들이 보인다. 내가 놓친 문장이 얼마나 많은지, 완전히 새로 읽는 것 같다”는 강단이의 고민에 지서준은 “그 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책을 읽는 사람인 단이씨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뜻밖의 답을 준다.

그 순간 강단이는 차은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긴 시간을 함께한 차은호를 책에 빗대어 표현한 대사는 ‘로별’만이 선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감동이었다. 오랜 시간 마음이 닿길 기다린 차은호를 향한 그녀의 변화에 설렘을 더한 한 문장이었다.

차은호가 언제부터 자신을 좋아했느냐는 강단이의 물음에 “누나는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알아? 겨울에서 봄이 되는 그 순간이 정확하게 언젠지, 누나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한 것도 명답이다. 연애를 하는 남녀들이 한번쯤 써먹을 수 있는 공감의 대사다.


차은호가 강단이에게 “가끔 오늘 같은 날이 있다. 참기가 어려운 날. 참아야지, 참아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날”이라며 강단이에게 입을 맞춘 것도 두 사람의 오랜 역사가 진짜 로맨스 챕터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차은호의 한 마디와 짧은 입맞춤은 차곡차곡 쌓여진 두 사람의 감정선을 걷잡을 수 없는 설렘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로맨스는 별책부록’는 드라마의 배경인 ‘겨루’ 출판사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다. 정현정 작가가 취재를 잘해서인지, 출판사속 직원들의 이야기와 작가들의 삶에 울고웃을 수 있다. 근무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책만드는 일이 좋아 그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책 한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상품을 진열해 놓은 백화점 느낌이 나는 대형서점과 책을 소개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는 소형서점의 차이, 시집을 내지 못하는 출판사의 사정, 최 시인의 죽음, 1톤 분량의 서적을 파쇄하면서 출판사가 받는 돈이 고작 10만원이라는 사실 등 출판 관련 이야기가 꽤 많다.

작가의 취재가 잘된 드라마는 서사와 멜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해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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