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대차, 임원연봉 체계 투명하게
헤지펀드 엘리엇 제안 수용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 설치



현대자동차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 임원 보수도 투명경영하겠다는 의지로,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다. 삼성과 SK 등이 이미 도입했지만, 총수가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하는 대기업 집단에서는 사실상 처음이다.

27일 현대차 및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 이사회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정관변경 안건으로 ‘이사회 내 위원회로 보수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부의했다. 기존 정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차 측은 정관 변경 목적으로 “주주제안 반영”이라 공시했다.

특히, 이 제안이 헤지펀드 엘리엇의 제안이라는 데에서 이목을 끈다.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과도한 배당 요구 제안은 명확히 거부하면서도, 보수위원회 설치 등 합리적 제안에는 적극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대차 이사회는 보수위원회 설치 주주제안과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고 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향성에 부합하기 때문에 정관 개정을 통해 도입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명경영위원회는 이미 설치 운영 중인 사안으로, 이를 정관에 명시하는 차원의 절차적 사안이란 점에서 찬성하기로 했다.

상법에 따르면, 국내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임원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임원 보수 수준을 논하는 보수위원회는 의무 대상이 아니다. 단, 그룹 내 금융 계열사에 한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수위원회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금융 계열사가 아닌 국내 주요 그룹 상장사 중에서 보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많지 않다.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명칭도 조금씩 다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 보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주주총회에 제출할 등기이사 보수 한도ㆍ보상체계 등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보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이사의 보수 심의를 맡기고 했다. LG그룹이나 롯데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등은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제외하고선 별도의 보수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은 지난해 말 탄소배출 절감목표제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목표 달성에 미달할 경우 최고경영자 보수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원 보수까지 투명 관리하는 건 국제적 추세다.

현대차가 보수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게 된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엘리엇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보수위원회 설치 등의 제안 외에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 3배에 이를 규모의 배당(약 4조5000억원)도 주주제안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이 같은 배당 요구가 현대차의 중장기적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보수위원회 설치 등의 주주제안은 적극 수용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조건 엘리엇의 주장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부당한 제안은 거절하고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적극 반영하겠다는 게 주주친화정책에도 부합한다”고 전했다.

김상수ㆍ김현일 기자/dlc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