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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회담 D-1, 여기는 하노이 ①] “北, 美와 수교해도 글로벌 편입 ‘준비과정’ 필요할 것”
-베트남 내 한국학 ‘1세대’ 응우옌 티 탐 사회과학원 남북한 연구센터장 인터뷰
-“베트남-미 수교 ‘만병통치약’ 아냐…국제사회 데뷔 준비 필요”
-“北인구 약 60% 이미 도시거주, ‘농업국가’로 시작한 베트남과 달라”
-“자국 고유 경제개발 모델 추구 가능성”

25일 본지와 만난 응우옌 티 탐 박사. 그는 베트남 정부기관인 사회과학연구원 남북한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헤럴드경제(하노이)=윤현종 기자]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는 단 하루가 남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수놓을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다. 이번 회담에서 본격 논의될 가능성은 낮지만, 북미 간 수교는 양국관계 정상화의 ‘출구’다. 이 문을 빠져나와야 북한이 바라는 것으로 알려진 경제개발이 비로소 본궤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한다.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이곳. 베트남이 그랬다. 미국과 ‘친구’가 됐다고 해서 곧바로 경제가 로켓처럼 뻗어나간 건 아니었다. 베트남의 경험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간과돼서는 안될 이유는 여기에 있어 보인다.

현지 최고의 한국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응우옌 티 탐 박사를 25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탐 박사는 베트남 정부기관인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 남ㆍ북한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한 이후 경제성장을 이룬 과정에 대해 북한이 참고할 것은 무엇일까.
▶베트남과 미국은 1995년 수교했다. 수교는 아주 중요한 관문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글로벌 시장에 연결되는 문이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 세계 시장과 이어지려면 (베트남의) 내부 경제구조ㆍ투자 및 무역조건 등을 바꿔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준비할 시간이다. 베트남은 미국과 수교하고 11년이 지난 2006년 11월 초 WTO 가입 신청을 끝냈다. 2007년 1월부터 구성국 자격을 얻었다.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대외무역ㆍ투자 등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베ㆍ미 수교도 의미있는 사건이었지만, 우리 스스로 세계 시장과 WTO 구성원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베트남이 국제사회 구성원이 되는 과정을 북한도 비슷하게 밟을 것이라고 보는지.
▶북한은 베트남과 처한 조건이 다르기에 준비 과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슨 차이인가
▶산업구조의 차이다. 베트남은 WTO 가입 협상 당시 농업국가였다. 그런데 북한 산업구조는 이미 1960년대부터 일종의 ‘공업국가’였다. 2017년에도 기준 광공업(31.8%)과 제조업(20.1%) 비중을 합쳐 절반을 넘겼다. 거주 인구 비율을 봐도 그렇다. 13년 전 베트남 인구 80%는 농촌에 살았다. 북한 인구 약 60%는 이미 도시 거주자다. 양국 차이가 크다. 

베트남 북부 투자중심지로 꼽히는 하이퐁 산업단지 모습. [베트남인베스트먼트리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이 맞물렸다.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지난 1월 김 위원장 중국 방문 땐 ’중국 모델’이 새삼 관심 받기도 했다. 북한은 어느 쪽을 따라갈 것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북한 고유의 경제개발 모델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말했듯, 적어도 ‘외부 개방’을 시작한 시점부터 베트남은 북한과 산업구조가 달랐다. 북한은 경제특구 정책을 세워왔지만 베트남은 (베ㆍ미 수교 후) 20여년 간 공식적인 경제특구를 설치한 적이 없다. 하이퐁 등 산업단지가 곳곳에 있을 뿐이다. 베트남 모델은 중국과도 다르다. 중국의 경우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적 안정을 추구한다. 베트남은 반대다. 정치적 안정을 위해 경제 개발에 주력한다. 우리에게 경제 개발은 하나의 방편이자 수단이다. 목표가 아니다.

―그러한 베트남 특유의 시장경제화를 상징하는 ‘도이머이’란 무엇인가. 법으로 명시된 것인가.
▶도이머이는 법이라기보다는 당의 정책노선이다. 1986년부터 도입해 경제를 먼저 개발하고, 그 기반 위에 베트남의 사회ㆍ문화ㆍ행정 등을 동시에 개선하는 작업이다. 의미적으로는 ‘새롭게 바꾼다’는 뜻이다. 당-국민-국가가 서로 합의해서 만든 개념이다. 도이머이는 중국의 ‘개혁ㆍ개방’과도 차이가 있다. 혁신의 이미지보단 기존 시스템을 존치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일종의 개선작업이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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