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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정신질환자 살인…“제도·심각성 인지해야 막는다”
11일 조울증 40대 여성 노부모 살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두고 등록 관리
‘의무’사항 아니어서 관리 부실
복지요원 증원 등 서비스질 개선도



#1. 지난 11일 대구 북구에서 조울증을 앓던 A(47ㆍ여) 씨는 자택에서 자신의 70대 친부모를 살해했다. 살해 현장은 잔혹했다. 얼굴과뒷목에 수차례 흉기를 찔렀고 A씨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심폐소생술 중 사망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으며 10년간 환청 증세에 시달려 온것으로 확인됐다.

#2.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환자 B(30) 씨는 자신을 치료하던 의사 임세원(47) 교수의 가슴 부위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D씨는 조울증을 앓아왔으며 자신의 머리에 소형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망상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질환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환청과 망상으로 고통받던 환자들이 형제ㆍ부모와 이웃들에게 흉기를 들이대는 상황이다.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들은 40만명이 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부실하다. 우울감을 ‘의지의 문제’, ‘시간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조울증ㆍ조현증으로 발전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한다.

정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고 이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정신건강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센터에 고용된 정신건강 지원 요원들은 센터 등록 환자들의 약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하지만 전체 중증환자중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환자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의 ‘중증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기관 등록관리율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보건당국이 추정한 지역사회 중증 정신질환자는 43만 4015명이다. 이중 관리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는 8만 2776명,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반면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증가 추세다.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2015년 6300여건, 2016년 7800여건, 2017년 8300여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11일 대구 북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살해한 A 씨의 경우 정신장애 2급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이지만 대구 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관리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명수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센터장은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정신질환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는모두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한 이후 발생했다”고 말했다.

43만명의 정신질환자가 모두 관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환자에 대한 관리는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력범죄가 증가한다고 해서 중증질환자들을 ‘강제적’으로 등록해 관리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명수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센터장은 “환자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적으로 관리를 받게 하는 것은 어렵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며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 관리의 ‘콘텐츠’가 좋아져야 한다”며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후관리를 받는 것보다 기존에 치료를 받던 사람에게 사후관리를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서비스 ‘질’의 문제도 대두된다. 대구 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요원은 9명에 불과했다. 요원 1인당 40~50명의 정신질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인 셈다.

일각에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선이 그들의 치료를 막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대표는 1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환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병이 낫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적응할 기회가 박탈된 이들의 병은 오히려 심해졌다. 트라우마 때문에 아픈 환자들은 사회에서 ‘정신병자’라고 배척하려고 할 때 병세는 더욱 악화된다”고 말했다.

박병국·정세희 기자/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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