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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대형로펌 뛰쳐나온 변호사들
변호사 2만명시대…송무시장 포화
연차 쌓이면 파트너 보장 ‘옛말’
부동산중개 법률·스포츠에이전시
스타트업 뛰어든 변호사들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청년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사무실 임대시스템인 오피스허브 ‘다사랑센터’의 한 사무실. 2.7평(8.9㎡) 크기다.

변호사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대형로펌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주 고객인 대형로펌의 자문, 송무시장 규모는 그대로인 반면 로펌의 몸집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가 적었던 시절 한해에 4~5명 선에 불과했던 국내 주요 로펌 채용 규모는 2009년 들어 10명 단위로 늘었다. 몸집 불리기는 고스란히 인사 적체로 이어졌다. 연차가 쌓이면 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기존 관행을 유지하는 것도 불확실해졌다.

밖에서 보기에는 안정된 직장인 대형로펌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과감하게 뛰쳐나와 창업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로펌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주니어급 ‘어쏘(Associate) 변호사’들끼리 따로 법인을 차리거나, 아예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스타트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중개에 법률서비스를 도입한 ‘트러스트 라이프스타일’ 대표 공승배(48ㆍ28기) 변호사도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에서 경험을 쌓은 중견 법조인이다. 토탈 법률서비스 솔루션 업체 ‘헬프미’를 창업한 이상민(38·39기)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축구선수 에이전시 ‘굿스톤즈’와 법무법인 ‘창천’을 만들어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박건호(37ㆍ40기) 변호사는 법무법인 충정을 거쳤다.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전문자격증만으로 창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이상민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상 ‘동업금지 조항’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조항은 변호사와 비변호사가 함께 변호사 업무 관련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정한다. 동업의 결과 발생하는 보수나 이익의 분배도 할 수 없다. 그는 “창업단계에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실제로 일을 하다 보니까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와 같이 정형화된 행정 사건을 분석해주는 자동화 솔루션을 파는 업체와 변호사가 합작해 리걸테크 사업이 가능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법인이 직접 솔루션을 개발하는 경우가 아니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공승배 대표는 창업 이후 송사에 휘말렸다. 공인중개사 단체가 “공인중개사가 아닌데 중개를 했다”며 공 변호사를 고발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공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를 채용하라는 2심 판결 결과를 존중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거래를 변호사가 법률 자문하는 형태로 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사회적 이슈가 컸다. 그 부분을 증명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변호사 서비스가 안 닿던 지점까지 확장한다는 게 국민 입장에선 바람직한 현상인데 유사직역 관점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변호사가 선망받는 대형 로펌을 나와 창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박건호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 있으면 파트너변호사가 주는 사건만 하게 된다. 어쏘 변호사는 축구로 치면 골은 못 넣고 어시스트만 계속 해야 한다”이라고 밝혔다. 또 “변화할 시기를 놓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능동적으로 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재연·이민경 기자/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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