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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경제실패론’ 차단 안간힘…통계는 입맛대로 ‘최대ㆍ최고’만 강조
짙어지는 경기 침체 그림자…대책 대신 정책 긍정 홍보 치중
경제지표 아전인수式 해석…“잘못된 현실 인식” 지적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국민이 궁금한 우리경제 팩트체크10’ 자료집과 동영상을 게시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 정부 정책의 방향 등이 담겼다. [기재부 홈페이지 게시 동영상 갈무리]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경기 침체 그림자가 점점 더 짙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면’은 덮고 ‘긍정적인 면’만 애써 부각하는 ‘아전인수’식 정책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국민이 궁금한 우리경제 팩트체크10’ 자료집을 제작했다. 정부가 이른바 ‘셀프 팩트체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료집은 약 2만부 제작돼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 지방자치단체, 여당 등에 제공됐다.

이 자료집은 기재부 경제정책국 소속 사무관의 내래이션이 담긴 홍보영상과 카드뉴스로도 제작돼 홈페이지와 블로그, 유튜브에 게시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상황 관련해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고, 실상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의도적으로 설 민심을 의식해 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올 들어 만들기로 결정했고, 시기를 맞춘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제실패론’의 목소리를 잠재우기라도 하듯 정부의 의도적인 성과 홍보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현대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경제연구소장들을 불러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에 출연해 공정경제와 연관성이 낮은 최저임금 인상,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평소 홍보를 강조하는 입장”이라며 “경제부처 기관장들의 홍보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특별히 당부드릴 것은 국민과의 소통과 홍보”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편익을 설명하고 성과를 홍보해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못지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달 23일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도 정책 홍보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최대ㆍ최고’ 자찬 일색에다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잘못된 경제 현실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궁금한’ 내용을 담았다고 했지만 실상 정부가 알리고 싶은 지표만 골라 담았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팩트체크 자료집 첫장에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에 이어 성장률이 두 번째로 높다는 내용의 그래프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2018년 각국 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의 성적(2.7%)은 36개 회원국 중 21위에 그쳤다. 아일랜드(5.9%)와 폴란드(5.2%), 터키(3.2%), 호주(3.1%) 등보다 훨씬 부진했다. 여당의 소병훈 제2사무부총장이 이 통계를 잘못 인용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시민에게)미국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이 경제성장률 1위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정말 어려웠을 땐 어땠는지, 실제로 어려운 정도를 과거와 비교해 보라”고 말했다.

또 고용 문제를 언급하며 “일할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구조적으로 취업자가 늘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고용지표가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것을 인구구조 탓으로 돌렸다. 인구효과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배척하고 유리한 주장을 위주로 담은 것이다.

나아가 적극적인 공공투자에 나서겠다고 얘기하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규모 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정된 사업은 예타 면제 등 조기 착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예타 면제는)경기부양 아닌 균형발전 위한 결정”이라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설명이다. 자료집에는 전산업생산, 설비투자, 실업률 등과 같이 ‘최악’을 기록한 통계는 담기지 않았다.

이같은 정부의 자가발전식 홍보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정부 스스로가 경제 현실을 잘못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상을 왜곡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체감 경기는 굉장히 나쁜데 정부는 경제 상황 양호하고, 언론과 일부 학자들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니 국민들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며 “유리한 자료만으로는 신빙성이 떨어지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양극화는 심화됐는데 소득주도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논리는 틀렸다”며 “당장 주변 시장부터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가게가 문 닫았는지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바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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