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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SKY캐슬’의 마지막회 ‘급회개’를 보는 시각

-“작가님, 마지막회는 책임지셔야 합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일 종영한 ‘SKY 캐슬’은 인기와 화제를 거의 완벽히 잡은 수작이다. 다만 마지막회에서 많은 캐릭터들이 ‘급회개’의 순간을 맞이해 시청자로서 오히려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물론 드라마가 사회적인 의제를 던지면서 워낙 기대감이 높아지다 보니, 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결말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행복해 할때, 모두의 기대감이 최고조일때, 이런 식으로(용두사미) 복수하는 게 작가님의 뜻입니까”라는 게시판의 글을 보니, 실망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작가님, 마지막회는 책임지셔야 합니다.

‘SKY 캐슬’은 과도한 사교육과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드라마다. 이런 제도가 어떤 인간으로 길러지게 되는지를 보는 건 섬뜩할 정도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발칙한 도발을 해놓고 결말은 허무해져버렸다. 1회부터 19회까지 쌓아올린 재미와 긴장을 마지막회가 이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 몰입됐던 시청자들에게는 실망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주영(김서형)이 VIP를 위한 입시 코디 현장 소개와 함께 다시 입시 코디네이터 일을 시작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함으로써 또 다른 입시 희생양 탄생을 예고했지만, 그 효과의 강렬함은 반감됐다.

캐슬에 사는 금수저들이 그렇게 쉽게 반성할 리 없다. 자식에 대한 교육관이 그리 쉽게 변할까? 물론 드라마에서라도 그들이 반성하고 생각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는 순간들의 개연성이라는 게 있다. 이렇게 교훈적으로 부자연스럽게 급마무리하기보다는 시청자에게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숙제만 던지면서 끝나도 좋았을 것이다.

한국의 언론이 가장 건드리기 어려워 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교육문제와 의료문제다. 워낙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가장 어려운 분야다. 그래서 변죽만 울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유현미 작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사교육과 입시교육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기 아이만을 생각하는 과도한 욕망과 이기심을 폐부를 찌르듯이 깊이 있고 섬세한 시각으로 까발렸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한단계 깊이 들어갔다.

하지만 마지막회에 갑자기 많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욕망을 급히 내려놓았다. 교육문제가 이런 식으로 해결되는 건 공익광고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럴려면 굳이 가난하고 빽 없는 혜나(감보라)를 ‘염장 지르기’ 전문인 독한 캐릭터로 만들어 죽일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말까지 나온다.

마마보이 강준상(정준호)이나 폭력을 휘둘렀던 영재 아버지인 박수창(유성주), 가부장제의 권위를 고수했던 차민혁(김병철)은 변화의 계기는 이해되지만 너무 쉽게 이뤄지는 급격한 변화는 혼란스럽다. 남자들끼리 술집에 모여 회개파티를 벌렸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이기는 하지만 ‘SKY 캐슬’인 만큼 뭔가 다르기를 기대했다. 최종회에서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자들은 너무 쉽게 용서되고 귀엽게 변함으로써 마무리 강박증을 피해가지 못했다.

또 하나, ‘SKY 캐슬’에서 아쉬운 점은 여성 캐릭터들의 마무리였다. 아이의 입시문제는 아빠보다 엄마의 역할이 훨씬 큰 게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시키기 좋은 소재를 잡아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그리며 서사를 잘 끌고왔다.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염정아 윤세아 오나라 이태란 등이 마지막회에 도란도란 앉아 “천연기념물” 운운하는 장면도 어색했으며, 이수임(이태란)이 감옥에 있는 김주영의 딸 케이(조미녀)를 돌봐주는 장면도 희망사항이라면 몰라도 극적 개연성은 부족해 보였다. 곽미향(염정아)이 가정폭력범이었던 아버지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 용서하는 장면도 작가의 선의(善意)가 확인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지금까지 ‘SKY 캐슬’의 아쉬운 마무리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SKY 캐슬’의 드라마적 가치는 약화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끌고가 깊이 몰입하게 했던 ‘SKY 캐슬’ 같은 드라마는 앞으로도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마무리만 조금 더 계몽드라마가 아닌, ‘SKY 캐슬’답게 했다면, 완벽한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지적이지, 절대로 꼬투리가 아님을 말하고 싶다. 유현미 작가님에게도 사족과 같은 한마디, “작가님, 제 기사를 믿으셔야 합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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