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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닝썬 논란에도 온라인서 버젓이 판매…여성들, 클럽 약물 성범죄에 뿔났다
-SNS선 여전히 판매 성행…돈만 있으면 누구나 OKㆍ안락사에 쓰는 약품까지 판매
-여성들, ‘클럽 약물 탐지용’으로 개발한 매니큐어ㆍ빨대 정보 공유나서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물뽕(GHB). 김유진 기자/kacew@heraldocorp.com]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물뽕(GHB)을 작업용으로 원하시죠? 아예 가게 하는 제품으로 드릴까요?”

지난해 11월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이후 ‘물뽕’을 비롯한 약물 성범죄를 비난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클럽 관계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김모(28)씨가 SNS를 통해 “클럽 관계자들이 술에 물뽕을 타서 성폭행한 여성들의 제보가 들어오고 방송사 촬영도 했다”고 주장하면서 클럽에서 사용되는 마약성 약품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과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성들이 우려하던대로 물뽕 판매상을 찾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30일 처음 SNS로 접촉을 시도한 끝에 반나절만에 물뽕을 팔겠다는 복수의 판매상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이들 판매자들에 따르면, 물뽕(GHB) 1회 사용량인 원액 15g의 가격은 35만원 선이었다. 한 판매자는 “작업용으로 2~3g만 사용하면 되고 15g을 다 쓰면 치사량도 될 수 있으니 효과는 믿으셔도 된다”고 판촉했다. “물뽕 1병, 흥분제1병, 아이코스10정 사시면 40만원에 드리겠다”며 세트 구입도 독려했다.

사는 김에 다른 것도 구할 수 있겠냐고 묻자 각종 마약 이름이 줄줄이 딸려왔다. 대마 및 흥분제와 함께 또 다른 마취제 성분 마약도 사겠냐고 제안하는 판매상도 있었다. 일명 ‘강간약물(Rape Drug)’로 불리는 펜토, 케타민 등이다.

한 판매자는 “물뽕보다 더 센 것 원하시면 ‘펜토’를 드리겠다”며 “여자를 아예 잠재울 수도 있는데 취향껏 선택하라”고 말했다. ‘펜토’라고 불리는 펜토바르비탈은 과량 투입시 호흡기를 억제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약품으로, 반려동물 안락사에도 사용되는 위험한 약품이다. 케타민은 일명 ‘강간약물(Rape Drug)’로 불리는 약물로 주로 동물용 마취제로 쓰인다.

계좌로 입금할 돈만 있다면 구입은 식은 죽먹기였다. 이같은 판매상들은 나이, 이름, 전화번호 등 어떤 개인정보도 묻지 않았다. 마약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한 여성인 기자 역시도 쉽게 접촉이 가능할 정도였다.

클럽에 만연한 약물 성범죄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여성들은 ‘나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약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자력구제를 위해 마약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공부하고 나선 것이다.

SNS에서는 데이트 강간 약물에 반응하는 ‘탐지용’ 매니큐어 및 빨대 등의 제품도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한된 몇가지 약품 종류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쉽사리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만에 하나 ‘물뽕’을 맞고 정신이라도 잃으면 억울하게 성폭력범 누명을 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성약물카르텔’이라는 키워드로 진행된 검색어 ‘총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계속되는 논란 속에 30일 오후 7시부터 9시에는 ‘남성약물카르텔’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어 ‘총공’(총공격을 줄인 신조어)도 진행됐다. SNS와 여성들이 사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약물범죄를 공론화 하기 위한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총공이란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포털사이트 순위권에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및 제안 게시판]

지난 29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및제안 게시판에는 ‘공공연한 여성 대상 약물 범죄를 처벌하고, 클럽ㆍ유흥업소ㆍ경찰의 유착를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내용의 청원글도 올라온 상태다. 게시 3일만에 10만이 넘는 서명을 받은 해당 청원은 “약물을 술에 타서 먹인 뒤 여성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는 클럽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일이라 다들 묵인한다”며 “전국적인 유착 관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제대로 수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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