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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시장 전략과 국내 미디어 사업자의 대응방식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과 손잡고 만든 한국 첫 드라마 오리지날 시리즈 ‘킹덤’이 지난 25일 공개된 이후 호평과 함께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회당 20억원이 투입된 시즌1의 6회분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시즌1이 공개되기 전부터 시즌2의 제작이 결정됐다. 넷플릭스 제작관행으로도 파격적이다.

‘킹덤’은 좀비가 인육을 먹는다는 점 등 표현수위로 볼때 애당초 지상파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영화로 제작됐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연간 8조5천억원 이상을 콘텐츠 제작과 수급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자체 제작 드라마, 일명 오리지날 시리즈를 더욱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작가와 감독, 배우에게 주는 돈은 국내 어떤 제작사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창작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킹덤’처럼 최고의 작가와 최고의 감독을 내세워 엄청난 제작비와, 완전히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 조성 등이 갖춰진다면 한국에서도 그 위력과 파괴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심지어 드라마 제작 환경의 위계질서가 A급이 넷플릭스로 몰리고, 거기서 걸러진 작품들이 JTBC와 tvN, 그 다음이 지상파로 가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미디어산업과 플랫폼 사업자들로서는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킹덤’의 시청률은 공개하지 않지만 해외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190개국으로 배급이 되므로 어디서 터질지 넷플릭스도 예상하기 어렵다.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놨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낮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외에도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SKY캐슬’ 등 명작이나 대작의 해외 판권을 구입해 전세계에 유통시키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구입에는 무려 300억여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침투가 거세지면서 지상파 등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에게도 비상등이 켜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지난 1월초 SK텔레콤과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푹(POOQ)’과 ‘옥수수(oksusu)’가 합쳐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키우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것. 급변하는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OTT 사업 역량을 갖춘 토종 사업자 간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앞서 한국방송협회는 “넷플릭스에게 국내 안방 TV까지 내어줘서는 안 된다”면서 LGU+와 넷플릭스간의 국내 미디어산업 붕괴를 초래하는 악의적 제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넷플릭스는 플랫폼 수익의 50~60%를 배분받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이번 제휴를 통해 수익의 대부분인 85%에서 90%까지의 배분 조건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단순 역차별을 넘어 국내 콘텐츠 제작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을 거대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게 되는 것으로, 결국 국내 미디어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LGU+는 넷플릭스로 하여금 국내 콘텐츠 소비 시장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전면 개방해주는 역차별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넷플릭스가 가진 글로벌 유통망은 얼핏 보면 매력적이고, 많은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통한 한류의 세계 진출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거대 제작비 투자를 미끼로 제작사들이 가진 권리의 대부분을 획득한다”면서 “따라서 넷플릭스를 통한 해외 진출은 한국이 권리를 가지고 나가는 ‘한류의 진출’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진출’이고 넷플릭스의 일개 하청업자로서의 진출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OTT)라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받지만,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에서 자유롭다. 지상파 등은 이 같은 비대칭 규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 콘텐츠도 사실상 방송물이나 다름이 없어 OTT를 방송사업자로 보는 통합방송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규제한다고 해서 국내 콘텐츠 업체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넷플릭스측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작가와 감독, 배우, 제작사와 계약해 제작을 지원하므로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미디어 생태계를 흐려놓는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물론 양 자간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게 있기는 하지만,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콘텐츠는 경쟁을 통해 다양해지고 더욱 성장, 발전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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