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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의 성숙된 사랑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24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송혜교-박보검의 성숙된 사랑이 시청자를 울렸다. 자극적인 콘텐츠의 범람속에 사랑의 순수함을 지켜온 두 남녀를 응원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남자친구’는 엄마 캐릭터들이 올드함에도 불구하고, 결혼반대 등으로 질척거리지 않고, 솔직담백한 스토리와 감성의 진행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정통멜로의 힘이다.

‘남자친구’의 사랑이 성숙됐다는 점은 좀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단순히 상대를 배려하는 예쁜 사랑 이상이었다.

스토리는 별로 특이할 게 없다. 재벌남과 평범녀의 성별을 바꿨다. 초반에는 진부한 설정이라는 소리도 나왔지만, 발상은 나쁘지 않았다. 평범녀가 재벌남을 만나 팔자를 고치는 신분상승 멜로 구도와는 반대다. 올라가는 드라마가 아닌 내려오는 드라마다. 요즘 트렌드와 잘 어울린다.

재벌남과 이혼한, 특별한 삶을 살아온 여자 차수현(송혜교)이 정신 건강이 지극히 양호한 청년 김진혁(박보검)의 평범한 삶을 동경하는 구도가 충분히 아름답다.


박보검이 헤어지자는 송혜교에게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테니까”라는 대사에 나는 꽂혔다. 그간의 멜로물에서 접해보지 못한 멋진 대사다.

특히 엄마가 차수현을 찾아가 아들과 헤어져달라고 말한 사실을 알고서도 엄마에게 뭐라 하지 않는 박보검을 보면서, 이들 사랑의 내공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회에 박보검이 “엄마(의 방식)도 사랑이고, (나와 헤어지자고 했던) 대표님도 사랑이야”라면서 “그래서 두 사랑을 다 지킬거야”라고 말할 때 또 한번 날 꽂히게 했다. 단순히 성숙하다는 단어를 쓰는 게 아니라 성숙의 구체적 내용물이 좋다는 말이다.

“내 자리에서 기다릴 거야”라는 김진혁의 말이, 웃음이 없던 차수현이 그동안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웃음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런 남성이야말로 여성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남자가 박보검이어서 울림이 배가됐지만.  차수현에게 카메라 집을 공방에서 직접 만들어 선물한 진혁의 의도는 수현의 집이 돼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사랑하는 여성이 헤어지자고 할때, 남자들은 김진혁의 방식을 참고하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랑하는 여성이 이별을 통보할 때, 울면서 매달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진심을 전달한 후 장애물을 무리수 없이 하나씩 해결하면서 기다리는 방식은 한 차원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박보검이 가장 힘든 시기에 송혜교에게 가장 세게 던진 말이 "그런데 왜 날 버려"였다. 수현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박보검의 당혹-오열-심경 변화 조짐 등 일련의 연기는 칭찬받을만 했다.
 
송혜교는 박보검에게 헤어지자고 했던 진심만으로도 성숙된 사랑이 충분히 느껴졌다. “나 때문에 진혁 씨 가족의 평범한 행복이 흔들리면 답이 없겠다”고 했던, 상대를 배려하는 차수현의 멘트에서는 진혁에 대한 한 없이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진혁에게 가슴 아픈 말을 내뱉은 뒤, 홀로 한강다리 위를 걷는 수현, 그리고 집에 와 혼자 모든 걸 감내하려는 수현의 모습은 뭉클한 감정을 선사했다.

송혜교는 밝은 멜로(로코)와 슬픈 멜로 모두 잘 어울린다. 특히 동화 같은 순수한 사랑을 연기하는 데에는 탁월하다. 그 때의 눈물은 최고의 무기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계산되지 않는 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하며, 상대를 생각하는 예쁜 사랑은 대리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함과 서정성으로 전달력이 배가될 수 있었다.

‘남자친구’는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행복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현은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갇힌 채 살아온 반면, 진혁은 일상을 행복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자유롭게 살아온 인물이다. ‘남자친구’는 그런 두 사람의 로맨스를 담아내며 평범한 행복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두 사람은 주위의 시선과 위협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굳건한 마음을 지켰다. 따뜻하고 설레는 감정으로 꽉 채워진 ‘남자친구’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뜨겁고 긴 여운을 남겼다. 이 두 남녀는 다시 만나 더욱 단단한 결합이 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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