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요구 규모 지난 10년 상승폭 2.5배 넘어
靑 “트럼프, 12억불 발언 일부 주장 사실무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방위비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북미정상 간 대화 기류는 ‘봄바람’이지만 정작 공고해야 할 한미관계는 삐걱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을 놓고 지난해 결렬된 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한미 양측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초 첫 만남땐 ‘고맙다’며 덕담을 건넸으나 시간이 갈수록 ‘돈을 더 내야 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 역시 방위비 분담금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미국 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이에 한미 방위군 분담금 협상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2월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일정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외교부 당국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초 10차 SMA를 위한 첫 테이블에서 티모시 베츠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우리 측에 “한국이 나름대로 의미있는 기여를 해준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여’는 다름아닌 분담금 규모였다. 국방부ㆍ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부담한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지난 1991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 당시 미국의 정책변화 때문이었다. 1980년대 이후 무역적자가 누적됐고, 국방비도 깎였다. 동맹국인 한국의 재정지원이 필요했던 이유다. 이때 체결된 것이 방위비분담협정이다. 한국은 그동안 거의 부담하지 않거나 일부 항목별로 지원한 비용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최근 10년 간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액은 1년도 쉬지 않고 계속 올랐다. 지난 8차 SMA협정 당시 2010년 이후 연도별 분담금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2014∼2018년 방위비 규모를 합의한 9차 SMA에선 연도별 상한선 4%를 넘지 않게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09년 7600억원이던 한국 측 부담액은 지난해 9602억원으로 2000억 원 상승했다.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부담 확대’였던 셈이다.
이러한 기류는 10차 SMA에서 확 달라졌다. 1차 협상에서 고맙다며 덕담을 건넨 미국 측은 지난해 8월 6차 협상에서 물가 상승률을 넘어선 인상안을 제시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한다. 기존 물가상승률 갖고는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이어 열린 7차 협의에서 미국은 구체적인 숫자를 들고 나왔다. ‘고정증가율’ 딱지가 붙은 7% 인상안이었다.
우리 정부는 안된다고 버텼다. 한 당국자는 “미국이 자체 분석 해보니 지난 4년 간(9차 SMA 기간) 비용분담 증가율이 우리 물가상승률을 넘겼다더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7%의 고정증가율을 제시했으며 우리는 당시 절대 수용불가를 밝힌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몇달 뒤 미국은 구체적인 액수까지 들이밀었다. 2018년 부담금 9602억원의 1.5배를 내라는 것이었다. 지난해11월 9차 협상 당시 우리 당국자는 “금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12월 10차 SMA를 위한 마지막 협상 때 양측은 정면 충돌했다. 미국은 ‘1.5배 인상안’을 고수했고, 우리 정부는 어떤 명분으로 기존보다 1.5배를받겠다고 하는지 따지며 논리적인 공방을 벌였다. 결국 양측이 합의를 하지 못한채 10차 SMA는 결렬됐다. 12월 당시 미국이 한국정부에 요청한 부담액은 1조4403억원(12억7460만 달러)였던 것을 확인됐다. 기존 분담금보다 4800억원 늘어난 액수였다. 지난 10년 간 방위비 증가액(2000억 원)의 2.5배가 넘는 증가폭이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연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방위비 12억 달러를 내라”고 숫자를 들며 말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액수를 거론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언급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나 방위비 분담을 언급할때 있지만 조건이나 구체적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세계 어떤 정상도 그런 방식으로 말 안한다. 그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