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년 전 대선후보 시절부터 백악관 주인이 된 지금까지 주한미군 주둔비용 인상 등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주장해왔다. 이런 기조는 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임하는 미 대표단에게도 반영됐다. 그러나 미국 실무진들은 자국이 내건 협정 기간 등의 조건이 한국에 무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외교부 당국자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은 10차 SMA 협상 초기부터 협정 유효기간을 ‘10년’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천문학적으로 올린 분담금 규모 만큼이나 이례적인 제시였다. 미 측 조건에 대해 외교부 핵심당국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10년은 조금 무리라고 하는 점을 미국 쪽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미 대표단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해 7월 다섯번째 협의 테이블서 나온 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5년 간 주한미군 주둔비를 나눠 내는 협정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0년대 중반 6차 SMA의 유효기간은 2년이었다. 이후 7차 SMA때도 같았다. 8차ㆍ9차 SMA 협정 당시엔 각각 5년의 유효기간으로 합의했었다. 만약 10년으로 합의된다면, 쉽게 말해 대폭 인상된 분담금을 10년 간 내야한다는 뜻이다. 한국 측엔 부담이다. 미국 실무진도 백악관 측 ‘지시’가 무리라고 인식한 이유다.
미국의 ‘10년’안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작년 가을에 열린 7차 협의 즈음이다. 당시 당국자는 “10차 SMA는 3년만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측 입장도 서서히 달라졌다. 이 당국자는 “미국도 당초 10년이라고 제시했는데, 현재 한 6년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다행히 유효기간과 관련한 양측 입장은 협상이 거듭되며 점점 좁혀졌다. 11월 9차 협상 당시 당국자는 “5년으로 일단 좁혔다”고 했다. 그는 “우린 3년을 주장했다”며 “미국 쪽이 10년은 자기들도 말 안된다는 걸 납득해서 6년으로 줄였다가 지금(11월 당시)은 5년 기준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우리 정부의 ‘유효기간 3년’안은 청와대와 정부 안팎으로 소문이 났다. 일각에선 일종의 여론전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미국 쪽이 ‘분담금 10억 달러에 유효기간 1년’을 제시한 사실을 공개하며 ”여러 이유에서 1년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3년안 또한 어느 시점에 특별히 제안한 게 아니다. 현재 계속 밀고 당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차 SMA는 여전히 교착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SMA 는 아직 상호간 입장을 주고받을 단계이지 언제 만나자는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