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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160억 기상항공기, 올 겨울 미세먼지 관측 한번도 못했다
2017년 국내최초로 도입
작년 4월 이후 대기질 관측 전무
전용항공기 도입도 두달 늦춰져



정부가 160억원의 돈을 들여 도입한 기상항공기가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올 겨울 서해상 대기질 항공 관측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매한 미세먼지 관측 전용 항공기는 현재 대만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3·4·6면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 등을 규명할 수 있는 항공 관측 데이터 확보 실패는 물론 국민 세금 낭비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기상청을 통해 입수한 국립기상과학원의 ‘기상항공기 연간운항 계획서’와 ‘기상항공기 운항일지’에 따르면 국내 단 한 대뿐인 종합기상관측용 기상항공기 ‘킹 에어 350HW’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잦았던 올 겨울 단 한 차례도 서해상 대기질을 실측한 적이 없다. 

지난해 서해상에서 첫 대기질 관측을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기상비행기가 서해상 대기 관측을 위해 운용된 건 지금까지 단 다섯 차례뿐이다. 당초 기상항공기는 지난해 4~6월에만 총 12차례 서해상 대기 중 오염물질의 흐름과 조성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 예정이었다. 지난해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단 20일간 무려 15회나 기상비행기를 집중적으로 운용해 활용한 것과도 매우 대조적이다.

이는 당초 국립기상과학원이 기상항공기 도입 배경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 증대에 따른 정기 관측과 관련 예측모델의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과 배치된다. 기상청은 2017년 말 16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다목적 기상항공기를 도입했다.

기상관측소에서 확보하는 지표 데이터는 해당 지점 미세먼지 농도 등의 정보를 단편적으로 파악하는 반면 항공 데이터는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와 성분, 미세먼지의 생성 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고농도 미세먼지는 기상 여건과 2차 생성이 원인인데 이를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항공 실측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국립환경과학원 소관이기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이) 기상항공기 활용 요청을 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관측을 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기상항공기 주목적은 기상 관측용이지 미세먼지 연구용이 아니다”라고 기상청으로 책임을 돌렸다.

범부처 미세먼지 프로젝트 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미세먼지 관측 전용 항공기도 도입이 두 달 이상 늦어지면서 올 겨울 관측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사업단은 미세먼지를 1년 내내 관측할 수 있는 항공기 ‘비치크래프트 1900D’를 임대해 겨울이 시작되는 지난달부터 서해안 대기질을 관측할 예정이었으나, 이 항공기는 현재 대만에 있다.

미세먼지 사업단장인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대만 업체가 비행기 개조 일정을 늦추면서 설 이후에나 항공기가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라며 “빠르면 2월부터 시범운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 간 업무가 분할돼 있는 한 바람 방향, 기류 변화 등에 따라 미세먼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등에 대한 입체적 분석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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