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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절묘한 ‘공산당 외교’…북미접촉 급진전 또 하나의 배경
-북중관계 본질적으로 ‘당 대 당’
-北과 소통하는 中 대외연락부 위상도 낮아져
-4차 북중회담 의도는 美 안심시키기…빠른 북미접촉 배경으로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영상을 편집한 약 49분량의 기록영화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귀환 길에 경유한 단둥((丹東) 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친필 감사 서한을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전달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고위급과 실무자 협상이 다른 곳에서 같이 열린다. 북중 정상이 만난 지 불과 1주 만이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간 멈췄던 양국 비핵화 협상 시계가 갑작스레 빨라진 배경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론 최고 지도자 간 편지가 오갔다는 사실 때문이다. 톱다운 방식의 ‘친서외교’. 즉, 1인자끼리 친하다는 시그널을 주고 받은 결과라는 것. 중요한 것은 그 신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다.

외교 소식통과 전문가들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 과정과 결과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특유의 ‘공산당 외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 대 국가 회동보단 덜 부담스런 대화였단 의미다.

결과적으로 북중 회담은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필요를 덜 느끼면서도 북한과 고위급회담에 나선 또 하나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시진핑-김정은 ‘영수회담’ 실무조직, 낮아졌다=중국은 전통적으로 대북 관계를 ‘당 대 당’으로 규정해 왔다. 김정은이 이끈 북한 노동당 방중단과 첫 악수를 나눈 카운터파트너도 언제나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이하 중련부)였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17일 “대북관계 물꼬를 트고 이를 관리하는 게 대외연락부 루틴업무”라고 했다.

중련부 위상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국가주석이 집권하던 2012년까진 외교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당 조직인 중련부에 비해 외교부는 국무원(행정부) 산하다. 책임자의 당내 서열도 차이가 났다. 당-국가 체제인 중국 특성을 고려하면 자연스럽다.

변화는 2015년 시진핑(習近平) 집권기에 시작됐다. 당중앙 외사판공실 상무 부주임이던 쑹타오(宋濤)가 중련부장에 임명됐다. 전임 왕자루이(王家瑞)를 12년 만에 바꿨다. 그런데 쑹타오의 당 서열이 왕자루이보다 낮았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진핑 시기 들어 중련부 위상이 예전같이 않아진 건 사실”이라며 “(교체 당시) 쑹타오 당 서열이 왕자루이보다 낮았다”고 했다. 이어 “중련부장 지위 또한 외교부장보다 낮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변화는 계속됐다. 중국의 ‘국가 대 국가’ 관계에서 외교부가 주역을 맡게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정상 회담은 여전히 중련부 몫이었다. 시진핑-김정은 회담이 사실상 ‘영수회담’으로 한정되는 이유다. 쉽게 말해 격을 한 단계 낮춘 셈이다.

중련부를 움직이는 상위 책임자의 ‘성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쑹타오와 함께 ‘대북라인’으로 알려진 왕후닝(王滬寧) 당 정치국상무위원이다. 장쩌민 시기부터 탁월한 이론가로 알려진 인사다. 그는 2017년 19차 당 대회때 류윈산(劉雲山)과 교체됐다. 중요한 건 최고권력 서열에 포함된 그가 시진핑 세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분석에 따르면 그는 무당파(無黨派)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 관계를 다루는 일종의 ‘격’은 최근들어 낮아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미중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과의 ‘국가 간 외교’가 미국을 불편하게 한다고 여긴다. 미국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자극 않는게 방침이다. 미국 공세 → 중국 방어의 큰 틀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중 일정을 마치고 평양에 귀환한 약 1분 50초 분량의 영상을 11일 공개했다. 사진은 평양역에 마중 나온 간부들과 대화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을 ‘안심’시킨 또 하나의 이유=중국이 이번 북중회담서 미국의 심기를 살폈다는 증거는 또 있다. 김정은을 만난 장소와 시간이다. 외교 일정은 절대 ‘아무렇게나’ 잡히지 않는다.

시진핑이 김정은과 악수한 지난 8일 베이징에선 미ㆍ중 무역협상이 한창이었다. 김정은이 방중한다는 소식은 8일 오전 중국중앙TV(CCTV)와 신화통신 등을 통해 거리낌 없이 보도됐다. 육로를 선택한 김정은이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 지난해 6월 김정은의 방중 시 중국 측 보도 시기보다 더 빨랐다. 전례를 벗어난 행태였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 중국 관영언론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에 갔을 땐 일정을 모두 마치고 중국 땅을 떠난 뒤에야 이를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북측 보도도 마찬가지.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8시께 김 위원장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1ㆍ2차 방중 시엔 관련 보도가 일정 종료 후에 나왔다. 3차 방중 땐 마지막 날에 보도됐다. 이번엔 좀 빠른 편이다”라고 평했다.

구체적인 회담 장소도 흥미롭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만난 인민대회당과 미중 무역협상이 열리던 중국 상무부 건물은 불과 2.5km 떨어져 있었다. 베이징 1호선 지하철 2정거장 거리다.

회담 시간도 길지 않았다. 복수의 당국자는 “마라톤 협상같은 만남이 아니었다. 이동시간에 비해 회담 시간은 매우 짧았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중국이 북한을 만난 것은 무역분쟁 등 갈등 국면에서 미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측면이 매우 컸다는 점이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시진핑 정권은 미국에 대한 유화정책 수단으로 ‘북핵문제 협력’을 이용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양국 실무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냈다. ‘스트롱 맨’의 2차 만남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임박했다. 중국의 ‘공산당 외교’가 만든 나비효과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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