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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대충돌 예고…군, ‘레이더 갈등’ 강경대응 선회, 왜?
-군 당국, 레이더 갈등 초기에 가급적 대응 자제했으나

-쉽게 싸움에 응했다가 일본 노림수에 당할 수 있다 판단

-일본 측 동영상 게시, 아베 총리 발언 등 본격 확전의지

-정부, 더 이상 수세적 대응 곤란하다 판단…맞대응 전환


해상의 광개토대왕함.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군 당국이 애초 ‘대응 자제’ 기조를 유지하다가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일간 외교안보 충돌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이같이 강력 대응을 시사한 것은 일본의 어깃장과 노림수에 더이상 휘둘릴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20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이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우리 광개토대왕함이 조난당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현장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사안이 이렇게 확대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특히 일본 초계기가 인도적 구조작업을 하는 우리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굉음을 내며 근접 비행하자 우리 측 인원이 오히려 크게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초계기는 한국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용 레이더 빔을 쐈다며 문제를 삼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우리 군은 즉각 광개토대왕함이 해당 레이더 빔을 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일본은 우리 함정이 발사한 레이더 빔의 주파수 특성을 파악했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종용했다. 

그러나 우리 군 내부 점검 결과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일본 초계기를 향해 해당 레이더 빔을 쏘지 않은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일본 당국이 일본 매스컴을 통해 이 문제를 국제적 공론화하자, 우리 군은 일본 초계기가 수집한 레이더 주파수 정보만 공개하면 이 문제는 깨끗이 끝날 수 있다며 주파수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일본은 그런 한국 측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계속 이 문제를 통해 갈등을 키웠다. 급기야 사건 1주일여 만인 지난달 27일 열린 한일화상실무협의가 양측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종료됐고, 일본은 당일 유튜브를 통해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상을 한국어, 영어, 일어 등 3개 언어로 공개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일본이 내부적 이유로 한일 갈등 양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 대응을 자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정식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된 일본은 최근 헌법개정을 통해 정식군대를 창설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일본으로서는 이런 반대 여론을 불식시키고 전체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에게 꾸준히 위협으로 간주됐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정부당국으로서는 헌법 개정이 난망한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을 북한을 대체할 새로운 위협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군은 일본이 이러한 의도를 품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가급적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 ‘대응 자제’ 카드를 선택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어 동영상을 공개해 이를 국제 분쟁화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나서 이 갈등 확대를 조장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자 더 이상 수세적 대응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하다고 판단, 본격적인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 실무협의를 한 당일인 지난달 27일 일본 정부가 동영상을 공개하며 확전 의지를 보였고,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관련 발언을 하는 등 일본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어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시점이 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내와 자제로 쉽게만 여겼다간 일본의 노림수에 당할 수 있겠다 싶은 게 군 분위기”라며 “맞대응만이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이 문제가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 국제관함식이 유사 사례가 되고 있다. 당시 욱일기 논란이 한일간 쟁점화됐지만, 사안별 갈등에 그쳤고 외교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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