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부 불신임안 제출
메이 “브렉시트 ‘플랜 B’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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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부결로 테리사 메이 총리가 다시 불신임 위기에 놓였다. 메이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하원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가 끝난 후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정부와 유럽연합(EU) 간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수년 동안 어렵게 마련한 합의안이 퇴짜를 맞은 메이 총리는 야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의 심판까지 받게 됐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정부를 신임할 경우 브렉시트 ‘플랜 B’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안팎에서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의원 634명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정부가 EU와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놓고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벌였다. ▶관련기사 8면
찬반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무려 230표차를 기록하며 합의안은 부결됐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승인투표에서 찬성 202표는 집권 보수당에서 가장 많은 196표가 나오고 제1야당인 노동당이 3표, 무소속이 3표로 나타났다.
반대 432표 중에는 노동당이 248표인 한편 보수당도 118표에 달했다. 이어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표, 자유민주당 11표,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10표, 웨일스민족당 4표, 녹색당 1석, 무소속 5표 등으로 집계됐다.
야당 의원 중 합의안을 지지한 사람은 거의 없는 반면 여당 의원 중에는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 메이 총리의 패배 요인이 된 셈이다.
앞서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의 내용을 담은 ‘EU 탈퇴협정’과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영국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하원 승인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승인투표 부결 직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불신임안까지는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려면 과반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DUP가 정부 불신임안 표결에서는 메이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다면 보수당은 물론 각당 지도부와 함께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협상 상대방인 EU는 영국의 잔류를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며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저녁 투표 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는 EU가 (비상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