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팬 드림’ 찾아 떠난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
[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 ‘하기 싫은 일’에 내몰려
- 열악한 업무환경, 노동착취…지난 8년 간 13명 기술 연수생 사망
- 日, 향후 5년 동안 34만 5000명 외국인 노동자 충원 계획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나는 휴일도 없었고, 병 때문에 식욕도 없었다.”

2년 전 피시 엥(Pisey Eng) 씨는 어린 아들을 고국에 남겨놓고 캄보디아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왔다. 고급 기술을 알려주고 상당한 임금도 보장해주겠다는 일본 정부의 ‘기술 인턴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캄보디아에서 받을 수 있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그 댓가로 그는 이른 아침부터 새벽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한채 옷 공장에서 다림질과 포장 작업을 해야만 했다.

이른바 ‘재팬 드림(Japan Dream)’을 찾아 일본으로 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및 무급 근무 등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부 지자체들은 추가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본 노동부 조사 결과를 인용, 총 26만 명의 ‘기술 연수생’을 고용한 6000개 기업 중 약 70%가 불법 및 무급 초과 근무 등 노동 규제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기능실습생 2870명의 급여 수준을 분석한 결과 67.6%인 1939명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이 같은 ‘기능실습제도’는 당초 개발도상국에 일본의 기술과 지식을 이전하려는 제도 설립 취지와는 달리 저출산과 고령화로 부족한 일본의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제도로 사실상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일본의 실업률은 1990년대 초 이후 현재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일본에는 구직자 100명 당 15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심각한 노동착취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지난해 7000명 이상의 인턴들이 낮은 임금과 긴 업무 시간 탓에 직장을 이탈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임산부들의 경우 낙태를 하거나 아니면 퇴사를 해야하는 선택을 강요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법무부는 대부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온 20대와 30대인 174명의 기술연수생들이 2010년에서 2017년 사이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다수가 직장 사고로 사망했고, 13명은 자살했다. 다른 이들은 과로로 인한 사망과 연관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겪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일본은 올해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 수용 확대를 골자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기술과 지식의 정도에 따라 ‘특정기능 1호, 2호’라는 2개의 새로운 체류자격을 신설하는 것이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는 숙련된 기술, 높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는 업무에 필요한 외국인을 적극 수용, 향후 5년 동안 최대 34만 5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마저도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소위 ‘하기 싫은 일’, ‘기피하는 일’에만 투입됐던 외국인 노동자를 전문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특히 숙련된 기능을 가진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2호는 체류 기간에 제약이 없고 가족 등의 동반 입국 및 체류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합법적 이민정책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12월에 일본 정부는 기존의 기술 훈련생들이 겪는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도 승인했다. 공정임금, 근무시간 등 신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다른 나라와 협력해 브로커들이 일본에 입국하기 전 근로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