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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공관 성비위, 인간본성 문제”라던 감사관, 靑 감찰반장에
-주에티오피아 대사관 성폭행 의혹 조사 당시 발언
-“감시 사각지대 일탈행위 발생할 수 있어…인간 본성”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재외공관과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성추문) 발생빈도를 보면 명확히 다르다”, “재외공관의 성비위는 감시가 소홀하면 인간의 본성이니까 일탈행위가 벌어진다”

당시 에티오피아 주재 대한민국 소속 외교관의 부하여직원 성폭행 의혹이 발생했을 때 당시 외교부 조사책임자가 했던 발언이다. 발언을 한 박완기 외교부 전 감사관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공직감찰반(옛 특별감찰반) 반장에 임명됐다.

청와대 민정수석 반부패비서관실 산하의 공직감찰반직은 무엇보다 감사의 투명성과 준법성이 중요한 자리다. 당초 ‘특별감찰반’이라 불렸던 이 조직은 소속 특감반원들의 비위사태로 전원교체를 단행하고 직제 개정 및 업무 내규 제정을 거쳐야 했다. 쇄신을 약속한 조직의 반장으로 사견을 주입하거나 투명하지 못한 형태로 감사를 진행해온 인사가 임명되면 그 빛은 바랠 수밖에 없다.

박 신임 반장이 외교부 감사관으로 활동하던 당시 그의 발언과 감사업무는 출입기자들 사이 이따금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주에티오피아 대사관 성폭행의혹 사건 당시 ‘성폭력 원인이 인간 본성에서 시작된다’는 논리의 발언은 기자들 사이 논란이 됐다. 박 신임 반장의 발언은 당초 ‘재외공관의 성비위ㆍ비리 문제는 감사관실 인력이 확충되면 해결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성폭력 및 성비위 사태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 감시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성폭력을 가해자 입장에서 합리화하는 논리다. 당시 취재진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발언이다. 인간의 본성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나 그는 “내 개인적 견해다. 외교부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여성은 열등하다’ 발언논란에 휩싸였던 외교부 간부에 대한 감사 때도 절차적 형평성과 징계논리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감사관실의 총책임자는 박 신임 반장이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외교부 간부의 발언이 ▷성차별의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품위손상’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경징계 요구 방침을 결정했다. 당시 발언에 성차별적 의도가 없었다면 서면경고나 주의로 끝나고, 의도가 있었다면 경ㆍ중징계 수준으로 정리됐어야 하는 사건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감사결과와 조치의 논리적 일관성이 일치하지 않는 조치에 외교부와 출입기자단 내 의견은 분분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박 감사관은 2017년 10월 20일자 본지와 나눈 통화에서 “결국 의사결정은 장관이 하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언론보도를 보고 징계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특정인에 대한 감사조치 기준이 법리에 있지 않고 ‘정무적 판단’에 있었음을 시인하는 발언이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박 전 감사관을 청와대 공직감찰반 반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감사원 전입 후 특별조사국 조사1과장, 산업금융감사국 2과장, 전략감사단 1과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고 설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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