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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경협, 풀어야 할 숙제는 ①] 남한법ㆍ북한법 ‘이중규제’에 묶인 경제협력
-우리 행정처분 북측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기구 신설해야
-건설, 관광 외 은행과 금융, 서비스업도 ‘경제협력법’ 제도 뒷받침 필요


26일 판문역에서 열린 ‘동·서해선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한다.’ 지난 9월 남·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경제협력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규제는 우리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제도를 조율하지 못한다면 투자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을 위험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북한법학회와 공동 학술대회를 열고 남북경협 활성화 법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김현 대한변협회장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인해 남북간 경제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북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협력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며, 무엇보다 선량한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제도는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찬호 외국변호사는 북한방문증명이나 협력사업 승인과 같은 행정처분의 효력이 남·북 양쪽에서 동일하게 제한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법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남북경협 투자자는 남한과 북한 규제를 이중으로 받게 돼 사업 자체가 경직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전자상거래나 대북송금과 같은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방식을 지금 제도가 규율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한 쌍방의 협력사업 관련 행정권한을 남북교류협력 담당기구로 이관해 일원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업 특구 활성화를 위해 행정기관인 ‘관리위원회’를 법제화하고 경제적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를 지낸 최은석 박사는 ‘북남경제협력법’에 따른 사업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의 건설과 관광, 기업경영, 임가공 외에 은행과 금융, 서비스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 운영에 관해서는 실무 경험이 쌓인 데다, 학계 논의도 활발하다. 우선 개성공단 출입과 거주규정을 간소화할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2003년 12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개성공업지구 출입, 체류, 거주규정’에 의해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면 북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시일이 많이 소요되고, 초청 여부가 북측의 재량에 달려 사업자들이 불편한 일이 잦았다. 이밖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지구에 북한의 형사사법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주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남북간 합의를 거쳐 사법처리 대상 범죄 범위를 한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외교문제로 인해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입주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배상책임과 보험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과제다.

다만 제도 마련 과정에서 ’속도 조절‘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 박사는 “북한의 장기적 목표가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이라면, 중국·베트남과 같이 체제전환에 가까운 경제체제 전환이 선행될 필요가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북한 내부 동요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먼저 진취적인 법제 환경과 개선을 보여줘야 남측 진출기업이 신뢰할 수 있다”면서 “북한법에 대한 적시적 분석을 통해 올바르게 북한을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법·제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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