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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영 ‘땐뽀걸즈’, 청춘들이 힘든 현실에 대처하는 법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먼 데서 우릴 오라는 게 신기루일지 몰라도 일단 가봐야 아는 거다” “꿈을 꼭 이뤄야 행복한 건 아니거든” “시시한 행복도 행복이란 걸 알게됐다”

KBS 2TV 월화드라마 ‘땐뽀걸즈’에서 시은(박세완)이 남긴 대사다. 청춘은 미숙하고 불안하고 예측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지만 그래서 오히려 장점과 발전,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는 거다. 그 시절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25일 종영한 ‘땐뽀걸즈’는 모두가 현실의 역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뤄나가는, 거짓말 같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독한 현실 앞에 각각의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닮은 이야기를 그리며 여운을 남겼다. 각자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기 위해 성장해온 땐뽀걸즈와 좋은 어른 규호쌤(김갑수)을 통해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선물했다.

‘땐뽀걸즈’를 이끌어간 박세완, 장동윤, 이주영, 주해은, 신도현, 이유미, 김수현. 방송 전 톱스타 없는 신인들의 조합이었지만, 첫 방송부터 캐릭터에 꼭 맞은 실감 나는 연기로 인물을 완성해갔다. 이를 통해 이들이 선보인 신선한 매력은 각자의 값진 캐릭터를 탄생시킨 이유였다.

또 공부는 못해도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며 학생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참어른이자 참선생을 과장 없이 연기한 김갑수와 남편이 죽고 시은, 시라 두 딸을 힘들게 지켜가며 노동현장에서 버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박미영 역의 김선영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학창시절 이규호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종의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드라마였으면 한다”는 권혜지 작가의 바람처럼, ‘땐뽀걸즈’의 중심에는 진짜 좋은 어른인 규호쌤이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설사 거짓이라고 해도 끝까지 믿고 싶은 하나의 진실이다.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 우리가 좋은 제자가 아니었음에도 우리 앞에 아무 수식어도 필요 없다고, 우리 그 자체를 사랑해준 영원한 판타지”라던 시은의 말처럼 말이다. 규호쌤은 아이들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서 댄스스포츠를 통해 단 한 번뿐인 학창시절, 공부는 못해도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전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변화하고 성장했다. 어른들이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인물이었다.

땐뽀반 아이들은 취업이나 진학에는 아무짝에 소용없는 완벽한 차차차 스텝과 실수 없는 공연을 위해 노력했지만, 즐겁게 춤만 추기엔 세상도, 이들이 처한 삶도 만만치 않았다. 꿈을 이룬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님을 깨닫고 꿈을 포기했던 시은(박세완)부터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혜진(이주영),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나영(주해은), 이른 나이 느껴버린 좌절감에 무기력한 삶을 살던 예지(신도현), 그리고 동생들을 돌봐야 하거나,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던 도연(이유미)과 영지(김수현)까지. 겉보기엔 철없는 열여덟 고등학생 같았던 이들의 지독한 현실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각자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성장은 현실적인 희망을 선사했고, 대견한 위로를 전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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