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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 할인된 것도 부담스러워”…우울한 크리스마스
-1년에 한번 분위기 내려다 가격보고 한숨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와 함께 주말에 백화점을 간 직장인 이지연(37) 씨는 1+1세일과 반값 할인 코너만 맴돌다가 결국은 2만원짜리 와인 하나 사고 집에 왔다. 남편 선물이라도 해주려고 했지만 비싸서 엄두가 안 났다. 다섯살 아이는 백화점 입구에 전시해 놓은 큰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서 “산타할아버지 언제 오느냐”고 연신 물었다. 이 씨는 “선물 들고 곧 오신대”라고 말하면서도 씁쓸함이 밀려왔다. 아이가 평소 갖고 싶어하던 장난감을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뒀지만 더 좋은 것을 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중요하진 않지만 1년에 한번인 날이라 조금 무리해서라도 성탄절 기분을 내려고 했지만 올해는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성탄절 분위기를 내는 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이들이 많다.

경기침체로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오르자 시민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사는 것도 망설여진다고 하소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3으로 전년 동월 대비 2% 올랐다. 소비자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성탄절 하루를 잘못 보냈다가 안 그래도 돈 나갈 일 많은 연말 자칫하면 새해부터 카드값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컸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 아울렛에서만 난 최세훈(36) 씨는 “크리스마스에는 늘 가족들 선물을 챙겨왔는데 이번달 돈을 많이 써서 걱정이 앞섰다. 50% 이상 할인하는 저렴한 것만 보고 있는데도 아울렛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싸게 느껴진다”고 울상을 지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못하는 부모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컸다. 주부 윤모(42) 씨는 “주말에 아이들 기분 맞춰주려고 대형 장난감 매장에 갔다가 속으론 울었다. 그래도 넉넉하게 선물값을 준비해갔지만 아이가 지목하는 것들마다 왜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면서 “이것저것 사달라는 아이를 달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SNS 등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 받는 지인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나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소희(31) 씨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조용하게 보낼 계획이다. 아침에 조조 영화를 보고 오후엔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생각에 들떠있다. 이 씨는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심지어 카드 하나 사는 데에도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패턴에 지쳤다”면서 “올해는 아주 조용히, 대신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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