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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중 욕설ㆍ성희롱은 흔한 일”…평균 50세 ‘182센터 상담사의 눈물’
-경찰민원콜센터, 24시간 교대근무ㆍ감정노동 등 고통
-한해 300만 건 민원 처리…정작 청사는 7년째 ‘임시 가건물’
-1평 남짓 좁은공간…경찰, 신축 등 업무환경 개선 계획

[사진=123rf]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 경찰 민원상담센터인 182 센터에서 경찰 민원 상담을 받는 상담사 A 씨는 최근 민원인으로부터 입에 담기도 어려운 폭언을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만취한 듯한 목소리는 “너가 경찰이냐”며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112에 범죄 신고를 하려 했는데 비긴급 신고라는 이유로 182로 연결되자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긴급하지 않은 범죄 상담은 182로 연결된다는 A 씨의 설명에도 민원인의 폭언은 10분 넘게 이어졌고, A 씨는 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A 씨는 “성희롱을 듣는 경우에 비하면 욕설은 참을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줌마 말고 경찰 바꿔’라는 말”이라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민원인의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참으려고 하지만, 한밤중 들려오는 성희롱과 욕설을 참기 어려운 때도 많다”고 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182 경찰민원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는 23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한 해 동안 맡는 전국의 민원상담은 300만 건으로, 지난해에만 298만5829건의 상담을 처리했다. 한 명이 1년 동안 1만3000건이 넘는 경찰 민원을 응대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지난 2012년부터 긴급하지 않은 경찰 민원을 전담하는 182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경찰 민원 대부분은 사실상 182 센터가 맡고 있다. 교통 문제나 범죄경력조회 등의 민원 상담, 과태료 문제도 182 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이들의 활약 덕에 긴급신고를 담당하는 112의 처리 속도가 크게 올랐고, 민원인들의 불편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정작 상담사들은 “우리가 상담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평균나이 50.2세에 달하는 상담사들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매일 수십 건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 명이 하루 동안 100건이 넘는 민원 상담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선 경찰관만큼이나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근무환경도 상담사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좁고 노후화된 환경 탓에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한 상담사는 “상담 부스가 바로 붙어 있다 보니 옆자리 폭언이 그대로 전해진다”며 “칸막이 너머로 들려오는 폭언 탓에 나까지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실제로 센터의 근무환경은 현재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청사 내 상담사 1인당 면적은 3.3㎡(1평)을 조금 넘긴 수준으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산콜센터(3.3평, 9.9㎡)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열악한 상황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교대근무를 하는 센터 특성상 상담사들의 휴게 공간 확보도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기준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찰은 그간 상담사들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청사 자체가 가건물이다 보니 증ㆍ개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마포구 서부 면허시험장 내에 있는 182 센터 청사는 ‘임시 가건물’로 분류된다. 그마저도 매년 땅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에 2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다행히 상담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며 경찰청은 최근 새로운 182 센터 청사 신축에 나섰다. 경찰은 오는 2022년까지 서울 용산구에 새로운 경찰종합민원콜센터를 만들며 기존 열악한 상담사들의 근무환경을 대폭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182 센터 상담사들도 감정노동자로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이들의 업무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새로운 청사로 옮길 경우 2배 이상의 면적이 확보돼 상담사들의 휴게 공간 개선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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