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목숨…수조달러 사용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시리아 이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美 무기구입 터키 입지강화용
“러 스캔들 국면전환용” 해석도
미국이 시리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대규모 철군을 검토하고 있다. 시리아 철군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오랜 공약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국면 전환용 카드 혹은 터키에 대한 선물이라는 관측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 주둔 미국 병력의 상당한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철군은 이르면 내년 1월에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아프간에 미군 1만4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전날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2000명을 전부 철수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이어진 소식이다.
한 관리는 미국의 아프간 주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전했다. 지난 17년간 지속된 아프간 전쟁에서 2400명 넘는 미군이 사망했다.
로이터는 지난 17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간 휴전 관련 회의와 연관됐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 회의에서 탈레반 대표들은 휴전에 대한 미국측 제안을 거절하고 미군 철수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며 “따라서 미군 감축 보도는 탈레반 요구에 대한 미국의 ‘제스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철군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 아프간 철군에 대해 반대해왔다. 매티스 장관뿐만아니라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ㆍ안보 분야 고문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기를 원할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하는 일에 고마운 줄도 모르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과 수조 달러를 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얻지못하면서?”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시리아 철군 카드를 던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선물을 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CNN방송은 “미군의 시리아 철군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통화 이후 이뤄졌다”며 “최근 미국은 터키에 35억달러 규모의 패트리엇 공중ㆍ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팔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그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왔다며, 워싱턴 정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무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돕고 있다. YPG는 터키군과 30년 넘게 전쟁을 치러 온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터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PKK와의 장기전에 대응하기 힘들어졌다”며 “미군이 철수하면 터키는 쉽게 PKK를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철군은 ‘이란 억제’라는 미국 중동 정책의 핵심 목표와 충돌하는 사안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에서 러시아, 이란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러시아는 환영했지만 미국의 동맹들은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는 옳다, 그에게 동의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동맹인 프랑스는 시리아에 남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계속 나서겠다고 밝혔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IS는 영토의 90%를 잃었지만 아직 지도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