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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모 만류에도 트럼프 또 '마이웨이'…시리아 '철군 결정' 역풍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을 사실상 전면 철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8년간 이어져온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지정학 균형을 흔들 수 있는 일대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계속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동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과의 변변한 협의 과정도 없이 이렇듯 중대한 정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팎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하루 전인18일(현지시간) 저녁 시리아 주둔 미군 전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철수 결정 전 열린 회의에서 너나없이 뜯어말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이들은 미군 철수가 중동 지역에서의 후퇴나 다름없어 러시아와 이란의 시리아 내 영향력 강화를 초래할 수 있고 시리아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의 손을 놔버리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도 민병대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논의 자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철수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아무 것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 결정을 공식 발표하는 과정도 전격적이었다.

회의 이튿날인 1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다. 내 임기 동안 그곳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유일한 이유”라는 트윗을 올렸다.

시리아 철군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 이 트윗이 올라오자 국방부 관리들도비상이 걸렸다고 WP는 전했다. 이어 백악관은 성명을 내어 시리아 미군 철수 방침을공식화했다.

미국의 여야 지도부 역시 미군 철수 결정이 있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고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연합군에 동참한 미국의 동맹국 다수도 사전에 트럼프 행정부와 상의를 하거나 통보받지 못했다.

그동안 시리아에서 미군을 도와 시리아 정부군과 싸워온 쿠르드 민병대 측에도 철수 결정이 발표 당일 오전에야 전달돼 대응책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발표는 철수 기간이나 규모, 공습 지속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혼란도 일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NYT는 당국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내의 철수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60∼100일 정도로 내다봤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철수 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을 놓고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14일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통화에서 이유를 찾는 시각이 있다.

통화에서는 시리아에서 미군과 협조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터키는 분리주의를 표방하는 자국 내 쿠르드족의 세력 확산을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뜯어말리는 참모들에게 터키의 공격이 시리아 내 미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군의 해외 임무에 돈이 많이 든다고 우려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적 분쟁에의 개입을 꺼려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고를 미군 철수의 호기(好機)로 여겼을 수 있다.

전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일찌감치 내던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져버린 시리아 내전에서 적당한 계기에 발을 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NYT는 “에르도안과의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을 도발했을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이라며 “많은 이들이 경솔하고 어리석은 철수 결정 이유를 이해하려 애쓰며 이렇게 결론내렸다”고 지적했다.

터키의 숙원이던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포대 구입이 승인된 시점에 철수 결정이 내려진 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조너선 앨터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중동프로그램 국장은 “전략적 조치가 상업적 이유로 이뤄졌다면 충격적”이라고 NYT에 말했다.

동맹국 중 터키,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 국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특검 수사를 비롯해 동시다발적 의혹 제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선분산용’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전격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과의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입막음용’ 합의금이 지급되는 데 관여한 혐의 등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국내적 위기 돌파를 위해 대선 공약이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은 이 성급한발표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형사재판 다음날 이뤄졌다는 걸 우려해야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플린은 ‘러시아 스캔들’로 기소됐으며 재판장에게서 “나라를 팔아먹은 것과 다름없다”고 혼쭐이 났다.

이번 철수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안팎의 맹렬한 비난에 직면했다.

공화당 소속인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분명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설명을 들으려 백악관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면담을 취소했다.

친(親) 트럼프계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군을 결정한 데 빗대 “오바마 같은(Obama-like)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중대한 과오”라고 지적했다.

그레이엄과 루비오, 조니 언스트, 톰 코튼(이상 공화당)과 진 섀힌(민주당), 앵거스 킹(무소속)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당적 서한을 보내 철수 결정 재고를 요청했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오찬을 하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동맹국도 비판에 동참했다. 영국의 개빈 윌리엄스 국방장관과 토비아스 엘우드 국방차관은 나란히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는 외교부 차원에서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나 이를 지원사격해온 이란도 공식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미군 철수라는 뜻밖의 ‘낭보’를 받아들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군 철수 결정이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승리로 마무리짓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철수 결정으로 시리아에서 잔당 수준으로 세력이 약화한 IS가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니컬러스 헤라스는 “IS가 전장에서 격퇴되기도 전에 이뤄진 이번 철수 결정은 올 연말 IS의 대규모 재기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 등의 우려대로 미군이 빠지면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왔던 러시아와 이란이 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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