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첨단인공지능 접목 기술 연구
식별력 키우고 상황 관찰·분석 가능
“다양한 범죄·사고 유형에 즉각 대응”
ETRI 김건우 박사 연구팀이 치안용 CCTV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ETRI] |
우리나라 전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약 800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기존 설치된 대다수의 CCTV는 해상도가 낮아 영상정보를 알아 볼 수 없거나 야간이나 눈, 비, 안개 등 외부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해 범죄 상황 발생 시 효율적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제요원 한 사람이 수십 대 CCTV 채널 영상을 순차적으로 장시간 모니터링해 위험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모니터링 요원이 영상을 감시한 지 12분 뒤에는 사건 발생 인식 실패율이 45%에 이르고, 22분이 지나면 95%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대신해 끊임없이 상황을 관찰 분석하면서 위험상황을 스스로 감지, 보안요원에게 알려줄 지능형 CCTV의 존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같은 기존 CCTV의 한계를 극복, 사람이 줄곧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자동으로 강력범죄나 사고를 사전에 원천봉쇄 할 수 있는 지능형 CCTV 개발이 국내에서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보안연구그룹 김건우 박사팀은 교통사고, 범죄와 같은 위험상황을 실시간 자동 감지해 사고와 관련된 용의자와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 추적할 수 있도록 CCTV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건우 박사는 “기존 CCTV는 단순 감시 및 관제에 머물고 있었지만 지능형 영상분석을 통해 얼굴인식, 객체계수, 영역 및 복잡도 탐지 등의 솔루션이 추가되면서 지능형 CCTV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TRI는 이 같은 기술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교통사고를 자동 감지할 수 있는 영상 딥러닝 기술, 용의자 및 용의차량을 식별 추적할 수 있는 재인식 기술(Re-Identification), 야외 CCTV 실증 영상 빅데이터 학습 기술, 영상 보안침해 방지 기술 등이 핵심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심야 시간 등 취약시간대 발생하는 범죄나 교통사고를 즉각 감지하고 후속 위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 추적할 수 있다. 사람의 시각 인식 한계를 극복하는 지능형 차량번호판 판독 기술(Deep Resolution) 개발을 통해 치안용 CCTV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통해 이미 설치된 CCTV 상에서 차종, 차량의 색상, 모델 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자동 추출해 범죄 용의자 이동시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초당 30프레임으로 수집되는 고화질(HD)급 CCTV 내의 치안 위험상황도 실시간으로 자동 인식, 추적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후 수습중심이 아닌 실시간 대응 및 예방중심의 미래형 첨단치안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김 박사는 “경찰청, 지자체 등 치안 수요자 참여형 R&D 수행을 통해 실증 치안 빅데이터에 기반한 치안지능 연구 결과물을 창출했다”며 “미래형 첨단치안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글로벌 사회안전 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최만용 박사팀도 24시간 범죄예방과 추적이 가능한 지능형 보안상황 인지대응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야간, 악천후, 60m의 원거리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HD급 화질로 구현해 준다.
데이터 처리ㆍ저장ㆍ전송 등을 수행하는 메인컴퓨터가 탑재돼 보안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데이터와 알람 신호를 종합통제실로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이 기술은 최근 국내 영상감시 전문업체에 기술 이전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기존 CCTV가 대부분 해상도가 낮고 원거리에서는 감시물의 식별이 불가능했다면, 최 박사가 개발한 지능형 CCTV는 최대 60 m 밖 다수의 사람을 HD급 화질로 동시에 얼굴 식별이 가능하다.
최 박사는 “향후 여러 대의 일반 CCTV를 지능형 CCTV 한 대로 대체가 가능해 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죄 유형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 보안과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nbg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