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외 기온차 큰 겨울에 환자 많아
-방치 시 목소리 변하고 성대 물혹도
후두염의 쉰 목소리, 목 통증의 등이 특징으로 자칫 목감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방치하면 목소리가 변할 수 있어 제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공모(34ㆍ여) 씨는 자칫 평생 쉰 목소리로 지낼 뻔 했다. 유난히 추웠던 올해 초였다. 갑자기 쉼 없이 나오는 기침 때문에 보름 가까이 밤잠을 설쳤다. 목감기인 줄 알고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목에 통증이 심해지고 쉰 목소리까지 나와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자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단순 감기가 아닌 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방치하면 평생 쉰 목소리로 살아가야 하는 병”이라고 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뚝 떨어진 기온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증상 중 하나는 목이 붓고 쉬며 잠겨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거나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는 바이러스, 세균 등의 감염에 의해 후두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후두염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는 실내외 기온 차로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고 건조한 대기 탓에 호흡기 점막이 약해져 공기 중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후두에 침입해 문제가 잘 발생한다. 지금이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여성 환자, 남성보다 많아=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후두염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383만2208명에 달했다. 4년 전(2013년ㆍ372만6741명)에 비해 2.8%(10만5467명)나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59만2073명(15.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56만6836명ㆍ14.8%) ▷9세 이하(53만7145명ㆍ14.0%) ▷50대(53만2074명ㆍ13.9%) 등의 순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연령대별 후두염 환자를 보면 9세 이하가 1만2216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8302명) ▷30대(7859명) ▷60대(757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164만5881명, 여성 218만6327명이었다. 남성은 9세 이하(28만7008명ㆍ17.4%)가 가장 많았고, 30대(23만1831명ㆍ14.1%), 40대(23만1594명ㆍ14.1%) 등의 순이었다. 여성은 30대(36만242명ㆍㆍ16.5%)가 가장 많았고, 40대(33만5242명ㆍ15.3%), 50대(32만6815명ㆍ1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향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 보다 많은 이유는 후두염의 증상이 애성, 즉 목소리 변화(쉰 목소리)가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목소리 변화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내원하는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월별 평균 진료 인원을 보면 겨울인 12월에 59만8000명이 진료받아 가장 많았고 ▷3월(56만3000명) ▷4월(56만2000명) ▷11월(53만8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추운 날씨 또는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병원을 더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겨울철에는 실내외 기온 차가 커져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고, 건조한 날씨로 호흡기 점막이 약해져서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후두에 침입해 후두염 환자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풀이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월별 평균 후두염 진료 인원(단위:천명).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
▶독감 예방접종도 ‘효과’=후두염은 상기도 호흡기 질환, 즉 감기로 통칭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목이 붓고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을 말한다. 후두염은 단독으로 발생하기보다는 주변 기관의 염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조재구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ㆍ두경부외과 교수는 “후두 점막은 코와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를 가습하고 이물질을 걸러내는 여과기 역할을 하는 부위”라며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의해 염증이 생기면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통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후두염은 발생 원인에 따라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혹은 세균 감염에 의한 감염성 후두염, 지속적인 성대 사용, 담배 등의 자극에 의해 발생한 만성 후두염, 위산 역류에 의한 역류성 후두염 등이 있다. 신 교수는 “감염성 후두염은 상기도 호흡기 질환으로 통칭되는 감염성 질환으로 인두염, 후두염, 기관지염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며 “바이러스성 후두염은 대부분 자연적 치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한 휴식, 수분 섭취, 음성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두암이 발병하면 기침, 가래, 연하통(음식물이나 침을 삼킬 때 생기는 통증) 등이 함께 생기는 일이 흔하다. 조 교수는 “후두암의 주요 증상은 목에 이물감, 침을 삼킬 때 목구멍에 통증,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심하게 변하는 것등이다”며 “방치할 경우 인두, 편도, 기관지 등 주변 조직으로 염증이 퍼져 기침, 콧물, 코막힘, 가래 등의 증상도 나타나게 된다. 심하게 진행되면 숨쉬기 힘들어지면서 발열,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후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기도 감염의 차단이 필요하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좋고, 외부 활동을 하거나 먼지가 많은 공간에서 생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 원인균이 공기로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일이 많다면 종종 환기해 줘야 한다.
손을 통한 세균 전파를 막기 위해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후두 점막을 자극하는 직ㆍ간접흡연을 줄여야 한다. 신 교수는 “목이 건조하면 물을 자주 마셔 후두 점막을 습윤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며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는 과도한 음성 사용을 피하고 말을 많이 한 후에는 물을 마시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후두염을 가볍게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 후두염으로 악화되거나 목소리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신 교수는 “후두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기침을 오랫동안 하거나 성대 결절, 성대 부종, 후두 육아종 등이 생길 수 있다”며 “급성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이물감과 쉰 목소리가 지속하는 만성 후두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도 “만성 후두염이 진행돼 성대 내 염증이 심해지면 성대 궤양이나 성대 물혹 등이 생길 수도 있다”며 “후두염 증상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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